축하한다고 말은 했는데 집에 오는 길이 유독 길었던 날. 그 마음을 나쁜 마음이라고 부르기 전에 동아리방에서 오간 말을 적어둔다.
새벽 세 시에 단톡방에 물음표 하나가 떴다. 셋이 전부 다른 말을 했고 아무도 정답을 못 냈다. 그 밤에 오간 말만 적어둔다.
뉴스를 안 봐도 안다. 문을 열었을 때 방 안이 조용하면 그런 날이다. 밖에서 들은 말과 방 안에서 본 얼굴만 적어둔다.
지갑이 비는 날은 정해져 있는데 매달 똑같이 당황한다. 동아리방 애들이 그 며칠을 어떻게 넘기는지 옆에서 본 대로만 적었다.
같은 날 같은 돈이 들어오는데 얼굴은 제각각이다. 바로 쓰는 애, 며칠 묵히는 애, 통장을 아예 나눠 놓은 애. 옆에서 본 대로만 적었다.
집에도 못 하고 친구한테도 못 하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삼킨 채로 하루를 다 보낸 애들이 동아리방에 온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적었다.
불나방과 돌부처와 칼손. 같은 날 같은 방에 앉아 있는데 얼굴이 셋 다 다르다. 셋을 몇 달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만 적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집 분위기가 먼저 바뀐다. 밥상 위 말수, 리모컨 쥔 손, 엄마 아빠 표정. 밖에서 들은 것과 집에서 본 것만 적었다.
동아리방에 와서 가방도 안 내려놓고 십 분만 앉아 있다 가는 애가 있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날은 계좌를 안 여는 날이었다.
화면을 켜기 전에 잠깐 멈추는 애들이 있다. 짧으면 삼 초, 길면 한 정거장.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옆에서 본 대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