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 처음 온 애들한테 공통점이 하나 있거든. 자리에 앉기 전에 정수기부터 가더라. 물 한 컵 따라서 다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연다니까.
목이 말라서가 아니야. 그 몇 초가 필요한 거지.
왜 여기까지 오냐고 물어봤거든. 대답이 다 비슷했어.
집에 말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 소리부터 듣는대. 친구한테 말하면 놀림이 반이고 걱정이 반인데, 걱정이 더 부담스럽다든가 놀림이 더 아프다든가 애들마다 다르더라.
칼손 나는 집에 말했다가 두 달을 잔소리로 살았어.
돌부처 그냥 안 해.
돌부처는 저 말 하고 끝이야. 근데 저 짧은 말이 제일 무겁게 들릴 때가 있어.
말을 안 하면 없어지는 줄 알잖아. 아니더라.
삼킨 애들이 어떻게 되냐면, 아무 상관 없는 데서 툭 터져. 친구가 밥 뭐 먹을지 물어봤는데 짜증을 낸다든가, 단톡방에서 혼자 조용해진다든가. 본인도 왜 그러는지 모른다니까.
불나방 나는 차라리 크게 떠들어. 떠들면 좀 가벼워져.
불나방 방식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야. 근데 어딘가에는 뱉어야 한다는 건 맞긴 해.
어떤 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얘기하고, 어떤 애는 한 문장만 던지고 입을 닫아. 둘 다 괜찮아. 여기서 분량 채우라고 시키는 사람 없잖아.
제일 많이 보는 건 세 번째 유형이거든. 아무 말도 안 하고 두 시간을 앉아 있다가 나가면서 문 앞에서 한마디 하고 가는 애들. 그 한마디 들으려고 두 시간을 앉아 있었던 거라니까.
동아리방 규칙이 하나 있어. 여기서 물렸다고 말한 애를 놀리지 않는다. 그거 하나다.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못 알려줘. 근데 뭘 몰라도 안 놀리는 건 할 수 있거든. 그거 하나 지키려고 이 방이 있는 거라니까.
물린 건 네 잘못이 아니라 그냥 물린 거다. 오늘 아무한테도 말 못 했으면 여기다 하고 가라. 동아리방은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