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은 원래 시끄럽거든. 문 열기 전에 복도에서 이미 들려. 그런데 어떤 날은 문 앞까지 갔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
그런 날은 들어가기 전에 이미 알겠더라. 오늘 밖이 뒤숭숭한 날이구나 하고.
나는 뉴스를 챙겨 보는 애가 아니야. 주식도 하나도 모르고. 그래서 늘 남한테 듣거든.
친구가 점심때 그러더라. 어제부터 장 분위기가 영 안 좋다고. 자기 아빠가 아침부터 말이 없었대. 나는 그 얘길 듣고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
집에 가니까 엄마가 뉴스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고 있더라. 화면에 뭐가 나오는지는 안 봤고, 엄마가 물소리를 평소보다 크게 낸다는 것만 봤어.
방에 들어가면 애들이 보통 이어폰을 빼거든. 그날은 안 빼더라.
말을 안 하겠다는 뜻이야. 듣고 싶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도 않을 때 애들이 그러는 거지. 그걸 모르고 말 시키면 대답이 짧게 나와.
돌부처 오늘은 말 안 할래.
칼손 나 먼저 갈게.
칼손이 저러고 진짜 십 분 만에 나갔어. 그날은 아무도 안 잡았다니까.
웃긴 건 불나방이야. 그런 날에도 얘는 목소리가 커.
불나방 뭐야, 다들 왜 이래.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중에 물어보니까 자기도 속은 똑같대. 근데 조용해지면 더 가라앉으니까 일부러 떠든다는 거야. 그 말 듣고 나서는 얘가 시끄러운 게 좀 다르게 들리더라.
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애야.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도 남한테 들어서 겨우 알고. 그래서 설명은 못 해준다니까.
대신 방 공기는 읽을 수 있잖아. 조용한 날은 말 안 시키고, 나갈 때 문만 열어주고, 다음 날 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인사하는 거. 내가 하는 건 그게 다야.
동아리방은 그런 날에도 안 닫아. 그게 이 방 규칙이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