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셋은 늘 같은 데 앉거든. 불나방은 창가, 돌부처는 가운데, 칼손은 문 쪽.
문 쪽에 앉는 이유를 칼손한테 물어봤더니 웃긴 대답이 나왔어. 언제든 나갈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하대. 그 말 듣고 나서 저 자리가 다르게 보이더라.
불나방은 방에 들어올 때부터 티가 나. 문을 활짝 열고 인사도 크게 하거든.
불나방 야,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니까.
무슨 느낌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해. 그냥 기분이 그렇대. 근데 저 기분이 며칠 가다가 어느 날 조용해질 때가 있어. 그때가 진짜 힘든 날이라니까.
돌부처는 말을 안 해. 물어보면 대답은 하는데 두 마디를 안 넘겨.
돌부처 그냥 뒀어.
처음엔 무심한 앤 줄 알았거든. 아니더라. 얘는 다 보고 있어. 누가 며칠 안 나왔는지, 누가 오늘 말수가 줄었는지 제일 먼저 아는 게 돌부처야.
말이 없는 거랑 관심이 없는 건 다르잖아. 그거 아는 데 나는 몇 달 걸렸어.
칼손은 결정이 빨라. 고민을 길게 안 해.
칼손 나는 그냥 정리하고 잤어. 근데 다음 날 좀 그렇더라.
칼손이 저 말을 몇 번 했는지 몰라. 빠르게 결정한 사람이 제일 편할 것 같잖아. 안 그렇더라. 빨리 정한 만큼 되감기도 빨리 오더라.
셋이 서로를 놀리긴 하는데 진짜로 무시하는 건 못 봤어. 자기랑 반대인 애가 옆에 있으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보이거든.
나는 종목도 모르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라. 근데 사람 표정은 몇 달 보면 알겠더라. 같은 날인데 셋이 다르다는 건 결국 각자 다른 걸 견디고 있다는 거다.
너는 셋 중에 어디쯤이냐. 어디든 상관없고 자리는 바꿔도 된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