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옆에 앉은 애를 봤거든. 화면을 켜기 전에 손가락을 바지에 두 번 문지르더라. 땀도 안 났는데 그러더라니까.
그러고 나서 삼 초쯤 그냥 있어. 그다음에 켠다.
동아리방에서 애들한테 물어봤어. 다들 뭐 하나씩 있더라.
숨을 참는 애가 있고, 창밖을 한 번 보는 애가 있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켜는 애가 있어. 미신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몸이 그렇게 하는 거래.
칼손 나는 눈을 반쯤 감고 켜. 다 안 보이게.
불나방 나는 그냥 확 켜. 뜸 들이면 더 무섭잖아.
재밌는 건 이 시간이 사람마다 길이가 다르다는 거야.
어떤 애는 삼 초면 되고, 어떤 애는 버스 한 정거장을 그냥 보내. 정거장 하나 지날 동안 화면을 안 켜고 창밖만 보는 거지. 그 애가 그러더라. 켜기 전까지는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난 상태라고.
말 되긴 해. 숫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도 안 보면 아직 안 온 일 같잖아.
옆에서 몇 달 보니까 이건 겁이 아니더라.
겁먹은 애들은 아예 안 켜. 삼 초 멈추는 애들은 결국 켜거든. 멈추는 건 안 보겠다는 게 아니라 볼 준비를 하는 거다. 나는 그게 오히려 단단해 보이더라.
돌부처 나는 안 켜는 날을 정해놨어.
돌부처는 아예 방식이 다르지. 저것도 저것대로 방법이라니까.
나는 종목을 모르는 애라서 열고 나면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몰라. 근데 열기 전에 멈추는 그 삼 초는 알겠더라.
자기 마음한테 미리 말해주는 거잖아. 지금부터 좀 흔들릴 거라고. 그거 해주는 애가 하루를 덜 망치더라.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오늘 삼 초 멈췄으면 잘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