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오면 다들 자기 자리에 앉거든. 근데 한 명은 늘 문 앞 의자에 걸터앉아. 가방도 안 내려놔. 십 분쯤 앉아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나가더라.
처음엔 바빠서 그런 줄 알았어. 아니더라. 그날은 계좌를 안 여는 날이었던 거다.
돌부처 오늘은 안 봐.
돌부처는 원래 말이 짧아. 그날은 저 한마디가 전부였어.
내가 물어봤거든. 안 본다고 숫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뭐가 달라지냐.
돌부처가 그러더라. 숫자는 그대론데 자기가 안 그렇대. 아침에 한 번 열어보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난다든가, 수업 듣다가 창밖만 본다든가. 그래서 안 여는 날을 아예 정해뒀다는 거다.
칼손은 정반대야. 무조건 봐야 속이 편하대.
칼손 안 보면 더 무서워. 차라리 보고 욕이라도 하는 게 나아.
둘이 싸운 건 아닌데 그때 방 공기가 좀 이상했어.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그렇다.
나는 주식은 하나도 모르거든. 근데 이건 알겠더라. 안 여는 날을 가진 애가 오래 남더라.
매일 열어보는 애들은 하루에도 기분이 몇 번씩 뒤집혀.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동아리방에 안 나와. 그런 애를 여럿 봤다니까.
불나방 난 못 참아. 안 보면 궁금해서 잠이 안 와.
불나방은 진짜 저래. 근데 자기 성격을 아는 거니까 나쁘진 않긴 해.
동아리방 오는 애들한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어. 오늘 안 열었다고 미안해할 거 하나도 없다는 거.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뭘 하라고 못 해. 대신 안 여는 날 문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애 옆에 같이 앉아 있는 건 할 수 있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