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분이 이사를 가신다고 해서 카드를 한 장 쓰기로 했어요. 몇 년 동안 택배도 받아주시고 반찬도 나눠주셨던 분이지요.
그런데 첫 줄에서만 세 번을 틀렸어요. 결국 카드를 새로 사러 문구점에 다시 다녀왔네요.
평소에는 메시지로 금방 쓰는 말들이에요.
그런데 펜을 드니까 손이 느려지더라고요. 지울 수가 없으니 한 글자 한 글자가 조심스러웠지요. 맞춤법도 갑자기 헷갈리고, 글씨는 생각보다 삐뚤었어요.
화면에서는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이고 하잖아요.
손편지는 그게 안 되니까 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네요. 이 말이 맞나, 이렇게 써도 되나 하고요. 그래서 몇 줄 쓰다 자꾸 멈췄어요. 멈추는 동안 그분과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더라고요.
지울 수 없는 글은, 쓰는 사람을 한 번 더 멈춰 세운다.
비 오던 날 제 택배가 젖을까 봐 현관 안에 들여놓아 주셨던 일이요.
명절에 전 몇 장을 접시에 담아 주셨던 것도요. 한 번은 제가 아파 보인다며 유자차를 한 병 두고 가셨지요. 그런 것들이 멈출 때마다 하나씩 떠올랐어요. 빨리 썼다면 아마 놓쳤을 거예요.
다 쓰고 보니 카드가 좀 엉망이었어요.
글씨 크기는 들쭉날쭉하고, 마지막 줄은 공간이 모자라 작게 구겨 넣었지요. 그래도 그 삐뚤삐뚤함에 제가 망설인 자리들이 그대로 보이더라고요. 그게 오히려 제 마음 같았네요.
이삿날 아침에 문 앞에서 카드를 드렸어요.
그분이 그 자리에서 읽으시더니 눈가가 조금 붉어지셨지요. 요즘 이런 거 받아본 지 오래됐다고 하시면서요. 짧은 인사였는데 그 몇 초가 오래 남았어요.
손편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양도 안 나요.
그래도 쓰는 동안 그 사람을 오래 생각하게 되는 게 좋더라고요. 길게 쓰지 않아도 되겠지요. 한 줄이라도 손으로 쓰면, 그 한 줄에 멈춘 시간까지 같이 전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