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나가보니 문 앞에 반찬 한 통이 있었네요. 이름도 쪽지도 없었어요.
뚜껑만 한 번 눌러 닫혀 있었네요.
앞집 아주머니겠지요.
며칠 전에 복도에서 뵀을 때 많이 했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확인은 안 되는 거지요. 물어보면 맞다고 하시겠지만 그걸 물어보는 게 또 이상한 일이 되고요.
이름을 적지 않고 놓아두는 것은, 받는 사람이 갚을 궁리를 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다.
쪽지가 있었으면 답을 해야 하는걸요.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나중에 뭘 드리고요. 그게 부담이 될까 봐 아예 안 적으신 거겠지요. 안 적는 것도 하나의 문장인 셈이군요.
받은 쪽은 또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뭘 드려야 하나 며칠 생각했어요. 똑같이 해서 드리면 갚는 티가 나고, 안 하면 모른 척하는 것 같고요. 배려를 받는 것도 생각보다 일이더라고요.
결국 한 것은 통을 씻어서 돌려드린 거였어요.
빈 통만 드리기 뭣해서 작은 걸 하나 넣었고요. 그때도 아무 말 안 하고 문 앞에 뒀는걸요. 그쪽이 하신 방식 그대로요.
복도에서 뵀을 때 잘 먹었다고 한마디만 했어요.
아주머니는 웃으시고 다른 얘기로 넘어가시네요. 그걸로 끝이었고요. 길게 오가지 않는 게 이 동네 방식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제가 뭘 드리려고 할 때는 꼭 말을 붙이게 됩니다.
이거 많이 해서 드리는 거라고, 부담 갖지 마시라고요. 말을 붙이는 순간 이미 부담이 되는데도 그렇습니다. 아무 말 없이 놓고 오는 게 저한테는 아직 어려운 셈이네요.
말없이 놓고 가는 건 갚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니 저도 크게 갚으려고 안 하는 게 맞는 거고요. 오늘 누가 아무 말 없이 뭘 놓고 갔다면, 그냥 잘 드시면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