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동아리방 구석에서 종이 한 장에 뭘 막 적고 있더라.
빽빽하게. 앞뒤로.
다 적더니 그 종이를 잘게 찢기 시작했어. 아주 잘게. 손톱만 하게.
다들 놀라서 쳐다봤어.
불나방 걱정 찢는 중이야.
불나방한테 물어봤어. 뭘 적은 거냐고.
걱정이래. 머릿속에 있는 걱정을 다 적은 거래. 계좌, 시험, 엄마, 친구, 다.
적을 때는 아무렇게나 적는대. 맞춤법도 안 지키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리고 다 적으면 찢는대. 아주 잘게.
왜 찢냐고 물어봤어. 칼손처럼 일기장에 남기면 되잖아.
불나방이 그러더라. 자기는 남겨두면 다시 읽게 된대. 그럼 또 걱정된대.
그래서 적고 찢는 거래. 머릿속에서 꺼내서 손으로 없애는 거.
찢는 동안 걱정이 작아지는 느낌이래. 손톱만 해지는 느낌.
칼손 나는 남겨야 마음이 놓이는데.
다 찢고 나서 불나방이 조각을 손바닥에 모았어.
그리고 쓰레기통 위에서 후 불었어. 종이 조각이 날려서 쓰레기통으로 떨어졌어.
몇 조각은 바닥에 떨어졌어. 불나방이 그건 주워서 다시 넣었어.
그 모습이 좀 웃기면서도 진지해 보였어.
생각해보면 칼손은 마음을 일기에 남기고, 불나방은 걱정을 찢어서 버리잖아.
방법이 정반대야. 근데 둘 다 머릿속에 있는 걸 밖으로 꺼내는 거라는 건 같아.
칼손은 꺼내서 보관하고, 불나방은 꺼내서 없애는 거라니까. 꺼내는 게 중요한 거야.
돌부처 나는 달리면서 버려.
돌부처는 운동장에 버린대. 다들 웃었어.
그날 다 같이 해봤어. 종이 한 장씩 받아서 걱정 적고 찢기.
다들 뭘 적었는지는 안 보여줬어. 그냥 적고 찢었어.
다섯 명이 동시에 후 불었어. 종이 조각이 눈처럼 날렸어. 후배가 그러더라. 첫눈 같다고.
너도 걱정이 많아서 머리가 무거우면 종이에 다 적고 찢어봐. 손톱만 하게. 생각보다 작아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