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진짜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있거든. 아무도 안 울고 아무도 안 싸우고 아무도 안 물어봐.
그냥 앉아서 딴 얘기만 하다가 끝나. 나는 예전에 이런 날이 좀 아까웠다니까.
부장이니까 뭔가 해야 되는 것 같았거든. 조용하면 내가 놀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억지로 뭘 시켜본 적도 있어. 다 같이 뭘 정하자든가 얘기를 꺼내든가.
근데 그런 날은 오히려 이상해지더라. 없는 일을 만들려고 하니까 애들이 눈치를 보잖아.
불나방 그냥 좀 놀면 안 돼요?
한번 잘 봤는데 아무 일 없는 날에는 애들이 가방을 완전히 내려놓더라. 바닥에 놓고 앉아.
뭔가 있는 날은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거나 옆에 걸치고 앉아 있거든. 언제든 갈 수 있게.
그 차이가 나는 크게 보였다니까. 가방이 바닥에 있으면 그날은 편한 날인 거잖아.
한참 세보니까 알겠더라.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있어야 무슨 일 있는 날을 견디는 거였어.
매일 뭔가 있으면 애들이 지쳐서 안 나오더라니까. 방이 무거워지는 거잖아.
조용한 날이 그 사이에 껴 있어야 다음 주에도 오는 거였어.
돌부처 그런 날이 제일 좋지.
지금은 조용한 날을 일부러 센다니까. 이번 주에 몇 번 조용했는지.
두 주 넘게 조용한 날이 하나도 없으면 그때는 내가 나서서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만든다. 그냥 앉아만 있는 날.
이게 진짜 효과가 있더라. 그다음 주 출석이 확 달라지잖아.
애들한테도 그렇게 말해준다니까. 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갔다고 미안해할 거 없다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방이 잘 굴러가는지도 잘 모르거든. 재볼 게 없잖아.
근데 조용한 날 숫자는 셀 수 있더라. 그게 제일 정확한 것 같아.
일이 많은 방이 좋은 방이 아니라 조용할 수 있는 방이 좋은 방이라니까. 나는 그걸 늦게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