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본가에 갔다가 저녁에 아버지와 나란히 뉴스를 봤어요. 마침 고령 운전자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아버지가 리모컨을 드셨다가 채널은 안 돌리시고 그대로 내려놓으셨어요. 둘 다 아무 말도 안 했네요.
뉴스에서는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는 어르신들 얘기도 나왔어요.
화면 속 분들은 다 모르는 분들이었지요. 그런데 옆에 앉은 아버지 손등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아버지는 아직 매일 차를 몰고 시장에도 가시고, 할머니 댁에도 다니시거든요.
그 자리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어요.
조심하시라는 말은 너무 가볍고, 운전을 줄이시라는 말은 너무 무거웠지요. 아버지한테 차는 그냥 탈것이 아니라 어디든 혼자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걸 내려놓으라는 말을 제가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부모에게 무언가를 내려놓으라는 말은, 자식이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무겁다.
아버지가 씻으러 들어가신 뒤에 엄마가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요즘 밤에는 운전을 잘 안 하려고 하신다고요. 눈이 좀 침침하다고 하셨대요. 아버지도 스스로 알고 계셨던 거네요. 뉴스를 보며 아무 말 안 하신 게 모른 척이 아니라 이미 생각하고 계셨던 거였군요.
다음 날 시장에 가신다길래 저도 따라나섰어요.
조수석에 앉아 가만히 봤지요. 여전히 능숙하셨지만 전보다 속도가 느려지셨고, 차선을 바꿀 때 한 번 더 고개를 돌리시더라고요. 그 조심스러움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어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자기를 살피고 계신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돌아오는 길에 저는 이렇게만 말씀드렸어요.
밤에 어디 가실 일 있으면 저한테 연락하시라고, 제가 모시러 오겠다고요. 아버지가 웃으시면서 네가 뭘 모시러 오냐고 하셨지만 싫지 않으신 얼굴이었어요.
부모님 운전 걱정은 한 번의 대화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뉴스처럼 정답을 말해줄 수는 없겠지요. 다만 가끔 조수석에 같이 앉고, 밤길은 대신 운전해 드리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걱정을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 조금은 전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