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은 늘 도시락을 싸 오거든. 엄마가 싸주신대.
근데 어느 날부터 도시락통이 반쯤 찬 채로 가방에 다시 들어가더라. 사흘 연속.
다른 애들은 몰랐어. 다들 자기 밥 먹느라 바쁘니까. 나는 부장이라 그런 걸 보는 버릇이 있거든.
칼손 배가 별로 안 고파.
물어봐야 하나 고민했어. 근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너 요새 밥 왜 안 먹냐" 하면 감시하는 것 같잖아. "괜찮냐" 하면 괜찮다고 할 게 뻔하고.
그리고 칼손은 남 눈치를 제일 많이 보는 애라서, 내가 알아챘다는 걸 알면 더 숨길 것 같았어.
그래서 하루를 더 지켜봤어. 그날도 반쯤 남았더라.
결국 내가 고른 건 이거야. 칼손 옆에 앉아서 내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했어.
"나 오늘 반찬 너무 많이 싸 왔어. 좀 먹어줘."
거짓말이었어. 평소랑 똑같이 싸 왔거든. 근데 칼손이 젓가락을 들더라.
내 반찬을 먹다가 자기 도시락도 열었어. 그날은 거의 다 먹었어.
불나방 부장 반찬 맛있냐? 나도 줘.
불나방이 끼어들어서 셋이 같이 먹었어. 그게 오히려 좋았어. 칼손한테만 신경 쓰는 티가 안 났거든.
며칠 지나서 칼손이 먼저 말하더라. 그때 일부러 그런 거 알았대.
요새 계좌 생각 때문에 밥이 안 넘어갔대. 먹으면서도 그 생각을 하니까 맛이 없었대.
근데 같이 먹으니까 그 생각을 덜 했대. 옆에서 떠드니까 정신이 딴 데로 갔대.
고맙다는 말은 안 했어. 대신 다음 날 내 몫으로 귤을 하나 가져왔더라.
생각해보면 걱정을 말로 꺼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잖아.
걱정한다고 말하면 상대는 내가 걱정을 끼쳤구나 하고 미안해하거든. 그럼 더 숨기게 되고.
그러니까 걱정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것 같아. 같이 밥 먹기, 옆에 앉기. 그게 "나 너 보고 있어"라는 말이 되는 거라니까.
돌부처 같이 먹으면 넘어가.
너도 주식 하는 친구가 걱정되면 "괜찮냐"부터 묻지 마. 괜찮다고 할 거거든.
대신 밥 한 끼 같이 먹어. 반찬 많이 싸 왔다는 거짓말 정도는 해도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