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저는 창을 손가락 하나만큼 엽니다. 다 열지는 않고 딱 그만큼이에요.
늘 같은 자리에서 멈추다 보니 창틀 그 부분만 페인트가 조금 벗겨져 있더라고요.
닫으면 따뜻하고 조용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두면 방이 좀 막힌 느낌이 들어요. 소리도 안 들어오고 냄새도 안 들어오고요. 그러면 밖에서 비가 오는지 그친 지도 모르게 됩니다.
완전히 닫힌 방은 안전하지만, 그 안에서는 시간이 흐르는지 알 수 없다.
열어두는 이유의 절반은 소리예요.
빗소리가 들어오면 방이 조용한데도 혼자 있는 느낌이 덜합니다. 사람 소리도 아니고 그냥 물 떨어지는 소리인데요. 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게 들리는 게 생각보다 큽니다.
비 올 때 나는 냄새가 있잖아요.
젖은 흙이나 아스팔트 냄새 같은 거요. 그게 조금 들어오면 방 공기가 달라집니다. 안에만 있어도 밖에 뭐가 있는지를 아는 셈이군요.
활짝 열어본 적도 있어요.
그러면 춥고 젖고 소리도 너무 큽니다. 창밖이 방 안으로 들어와버려서 앉아 있기가 어렵더라고요. 손가락 하나만큼이 딱 좋습니다. 밖이 있다는 걸 알 만큼만이요.
추운 계절에는 오래 못 둡니다.
그럴 땐 십 분쯤 열었다가 닫아요. 그 십 분에 방 공기가 한 번 바뀌면 그다음에는 닫아둬도 좀 덜 답답합니다. 잠깐이라도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다른걸요.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닫습니다.
그런 날은 대신 커튼을 좀 걷어둬요. 소리를 못 들이면 빛이라도 들이자는 셈이지요. 창을 못 열면 다른 걸로 바꾸면 되더라고요.
밖과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 필요한 거지 방법이 꼭 창일 필요는 없는걸요.
사람 만나는 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 열면 지치고 다 닫으면 막히고요. 손가락 하나만큼 열어두는 정도가 저한테는 맞더라고요. 오늘 방이 좀 답답하시면 그만큼만 열어보셔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