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꽤 차가워졌어요. 창가에 앉아 있으면 유리에서 찬 기운이 스며들지요.
그래서 단열 뽁뽁이를 사 왔어요. 엄마가 매년 겨울 창문에 붙이시던 거요. 저도 올겨울엔 붙여보기로 했네요.
분무기로 창에 물을 뿌렸어요.
그 위에 뽁뽁이를 대고 손바닥으로 쓸어 붙였지요. 생각보다 잘 붙더라고요. 한 칸 한 칸 붙여 나가는데 창밖 풍경이 점점 흐려졌어요. 동글동글한 공기 방울 너머로 가로등이 번져 보였네요.
반쯤 붙였을 때 손을 멈췄어요.
창밖이 안 보이는 게 아쉬웠거든요. 이 창가는 제가 비 오는 날 앉아 있는 자리예요. 빗방울이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걸 보는 게 제일 좋은 시간이지요. 다 가려버리면 그걸 못 보게 되잖아요.
따뜻함을 위해 창을 가려도, 바깥을 볼 한 칸쯤은 남겨둘 수 있다.
결국 한 칸을 비워두기로 했어요.
소파에 앉았을 때 딱 눈높이가 닿는 가운데 자리요. 나머지는 다 붙이고 그 한 칸만 맨 유리로 남겼지요. 붙여놓고 보니 조금 우스웠어요. 창 한가운데 네모난 구멍이 난 것 같았거든요.
며칠 뒤 비가 왔어요.
소파에 앉아 그 한 칸을 봤지요. 빗방울이 그 작은 네모 안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다른 데는 다 흐릿한데 그 한 칸만 선명했어요. 오히려 액자처럼 보여서 더 좋았네요. 방은 따뜻해졌고 비는 그대로 볼 수 있었어요.
엄마한테 사진을 보냈어요.
엄마가 왜 가운데만 비웠냐고 물으셨지요. 비 보려고요, 했더니 너답다며 웃으셨어요. 엄마도 부엌 창 한쪽은 안 붙이신대요. 설거지하면서 밖을 보려고요. 저랑 똑같았네요.
쇼펜하우어는 바깥 풍경을 그냥 바라볼 때 잠깐 마음이 쉰다고 했대요.
그 한 칸이 저한테는 그런 시간을 지켜주는 창이었던 것 같아요. 겨울에도 그 시간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따뜻함을 위해 창을 가려도 바깥을 볼 한 칸은 남겨둘 수 있는 것 같아요.
겨울 준비를 할 때 내가 아끼는 풍경 하나는 비워둬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