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벽에 어느 날 줄넘기가 걸려 있더라. 옷걸이 못에.
손잡이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어. "다시 할 거임."
불나방 거래. 사흘 하고 그만둔 거래.
불나방 그만둔 거 아니라니까. 쉬는 거야.
불나방이 줄넘기를 시작한 얘기를 해줬어.
첫날은 엄청 신났대. 백 번 넘게 했대. 이제 매일 할 거라고 단톡방에 선언까지 했어.
둘째 날은 좀 힘들었대. 그래도 했대.
셋째 날은 비가 왔대. 그래서 안 했대. 그리고 넷째 날부터는 그냥 안 했대.
비가 온 게 이유였는데, 비 그친 다음 날도 안 했던 거야.
다들 자기 작심삼일 얘기를 꺼내더라. 칼손은 영어 단어, 돌부처는 일찍 자기.
다 사흘이야. 신기하게.
생각해보니까 첫날은 설렘으로 하고, 둘째 날은 의지로 하고, 셋째 날엔 둘 다 떨어지는 것 같아.
그리고 한 번 빠지면 다시 시작하기가 처음보다 어려워. 이미 실패한 것 같으니까.
칼손 한 번 빠지면 그냥 끝난 것 같아.
칼손 말이 맞는 것 같아. 한 번 빠지면 끝난 것 같은 기분.
근데 그게 진짜 끝은 아니잖아. 그냥 하루 빠진 거야.
우리 방 애들이 계좌 볼 때도 그러거든. 한 번 안 좋으면 다 끝난 것처럼 굴어. 근데 그다음 날도 있는 거라니까.
불나방 포스트잇 "다시 할 거임"이 그래서 좋더라. 끝난 게 아니라고 스스로 말하는 거잖아.
그 포스트잇 붙이고 일주일쯤 지나서 불나방이 줄을 다시 꺼냈어.
동아리방 앞 복도에서 했어. 오십 번. 첫날의 반.
근데 그날 표정이 첫날보다 좋았어. 다시 시작한 게 처음 시작한 것보다 뿌듯하대.
돌부처 나도 내일 일찍 잘게.
돌부처도 다시 해본대. 일찍 자기.
너도 뭔가 사흘 하고 멈췄으면 그건 끝난 게 아니야. 사흘이라도 한 건 안 한 거랑 다르거든.
포스트잇 하나 붙여두고 쉬어. "다시 할 거임." 동아리방 벽엔 그 줄넘기가 아직 걸려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