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나한테 말을 거셨거든.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야.
내 교복 명찰을 한 번 보고 나서 물으시더라. 동아리 뭐 하냐고.
나는 그게 좀 당황스러웠다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 그런 걸 왜 물으시나 했어.
주식 동아리 한다고 했더니 좀 웃으시더라. 그러고 자기 얘기를 하시는 거야.
아들이 우리 또래인데 아무것도 얘기를 안 한다고 하시더라니까.
불나방 그거 아들 얘기 하려고 물어보신 거네요.
불나방 말이 맞았어. 내 대답을 들으려고 물으신 게 아니었더라.
내가 뭐라고 하든 그다음에 아들 얘기가 나왔을 거잖아. 물어본 건 그냥 문을 여는 거였고.
엄마가 나한테 처음 물어보신 날이랑 똑같은 거라니까. 답을 원하는 게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나는 그냥 들었거든. 두 정거장 동안 들었어.
내가 해드릴 말은 없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애니까.
내릴 때 아주머니가 고맙다고 하시더라.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러시더라니까.
돌부처 듣기만 해도 되지.
생각해보면 이게 방에서 하던 거랑 똑같더라. 애들이 얘기하면 나는 듣기만 하잖아.
답을 못 주는데도 애들이 계속 오는 게 그거였고. 얘기할 데가 필요한 거였으니까.
그게 버스에서도 되는 거라니까. 상대가 어른이어도 되고 처음 보는 사람이어도 되는 거고.
그리고 그 아들도 아마 어디선가는 그 얘기를 하고 있을 거잖아. 집에서만 안 하는 거고.
그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날 좀 마음이 놓였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아주머니 아들 사정도 모르고 뭘 해드릴 수도 없었거든. 이름도 몰라.
근데 두 정거장은 들을 수 있잖아.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고.
그날 이후로 나는 누가 물어보면 대답부터 안 하고 좀 기다린다니까. 뒤에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