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부름이 하기 싫은데 왜 그런지 한참 몰랐거든. 힘든 일도 아니잖아.
십 분이면 되는 것도 하기 싫더라니까. 그게 좀 이상했어.
몇 번 해보고 알았는데 갔다 오는 게 문제가 아니었어. 다녀와서가 문제더라.
다녀와서 놓고 오면 아무 말도 없거든. 그냥 끝나는 거야.
끝났다는 표시가 없으니까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잖아. 그게 힘든 거였더라.
칼손 저는 갔다 와서 더 기분이 이상해요.
한번은 엄마가 고맙다고 하신 적이 있거든. 별 뜻 없이 하신 말이야.
그날은 이상하게 안 남더라니까. 딱 끝난 느낌이 들었어.
그러니까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안 끝나는 게 힘든 거였잖아. 끝났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 거고.
이거 방에서 그대로 있더라. 애들한테 뭘 시키면 다들 한다고는 해.
근데 하고 나서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면 그다음부터 좀 시들해지더라니까.
일이 많아서 지치는 게 아니라 끝나는 표시가 없어서 지치는 거였어. 나는 그걸 심부름에서 배웠잖아.
돌부처 끝났다고 말해주면 되지.
지금은 애들이 뭘 하면 무조건 끝을 말해준다니까. 그거 다 됐다, 고맙다.
한 문장인데 이게 진짜 다르더라. 안 하면 그 일이 계속 남아 있는 거잖아.
그리고 나도 심부름 갔다 오면 엄마한테 말한다. 다 했다고 내가 말해버려.
그리고 안 끝난 게 몇 개 쌓여 있는지도 세보게 되더라. 생각보다 많더라니까.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안 끝난 게 많았던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뭐가 힘든지도 잘 몰랐거든. 그냥 하기 싫은 줄만 알았잖아.
근데 이름을 붙여보니까 다르더라. 힘든 게 아니라 안 끝나는 거였어.
이름이 붙으니까 고칠 데도 보이는 거라니까. 그거 하나 바뀌고 심부름이 좀 나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