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다 모여도 바로 얘기가 시작되지는 않거든. 몇 분은 조용해.
그 침묵을 깨는 애가 거의 정해져 있더라. 나는 이걸 한참 뒤에 알았다니까.
그 애가 안 온 날에 방이 어떤지 보면 확 티가 나거든. 다들 폰만 보다가 십 분이 지나가.
누가 말을 꺼내야 되는데 아무도 안 꺼내는 거잖아. 그 십 분이 되게 길다니까.
결국 누가 하나 꺼내긴 하는데 그전까지 방 공기가 무거워.
불나방 그 십 분 진짜 어색해요.
왜 어려운지 생각해보니까 알겠더라. 첫 마디는 반응이 없을 수도 있잖아.
두 번째부터는 앞말이 있으니까 이어가면 되는데, 첫 마디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던지는 거라니까.
던졌는데 아무도 안 받으면 그 애만 이상해지는 거고. 그래서 다들 미루는 거였어.
그러니까 첫 마디 꺼내는 애가 매번 그 위험을 지고 있는 거잖아. 아무도 고맙다고 안 하는데.
나는 그 애가 그냥 말 많은 애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더라.
말 많은 게 아니라 그 자리를 맡고 있는 거였다니까.
돌부처 저건 아무나 못 해.
지금은 내가 먼저 꺼내는 날을 만들거든. 매일은 못 하고 일주일에 두어 번쯤.
부장이 먼저 꺼내면 반응이 없어도 별로 안 이상하잖아. 그건 내가 지기 좋은 위험인 거라니까.
그러고 나서 그 애한테 오늘은 좀 편했지, 하고 물어보면 웃더라.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누가 첫 마디를 꺼내면 무조건 받아준다니까. 아무 말이나 받아줘도 그게 도와주는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방에 보태는 게 별로 없거든. 아는 것도 없고.
근데 첫 마디는 몰라도 꺼낼 수 있잖아. 아무 말이나 하면 되는 거니까.
그 자리를 계속 한 명한테만 맡겨두면 그 애가 지치는 거라니까. 그건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