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랑 만날 때 어디서 볼지 정하는 사람이 늘 같거든. 아무도 그렇게 정한 적이 없어.
그냥 몇 번 하다 보니까 그 사람 몫이 된 거라니까.
물어보면 다들 아무 데나 좋다고 하잖아. 그게 배려인 것 같지만 아니더라.
세 번쯤 아무 데나 좋다는 말이 나오면 결국 한 명이 정하게 되는 거야. 정하는 사람이 다 떠안는 거잖아.
그리고 정하고 나면 그다음이 더 문제라니까.
칼손 저는 진짜 아무 데나 괜찮은데요.
정한 데가 별로면 그게 정한 사람 탓이 되잖아. 아무도 뭐라고 안 해도 본인은 그렇게 느껴.
멀다든가 자리가 없다든가 하면 미안해지는 거다. 아무 데나 좋다고 한 사람은 아무 책임이 없고.
그러니까 정하는 쪽이 편한 게 아니라 제일 손해인 거라니까.
지금은 내가 방식을 좀 바꿨거든. 아무 데나 좋냐고 안 물어봐.
두 군데를 정해놓고 둘 중에 고르라고 한다니까. 그러면 고르는 게 쉽잖아.
고른 사람도 같이 정한 게 되니까 나중에 별로여도 같이 책임지는 거고. 이게 훨씬 낫더라.
돌부처 고르는 건 쉽지.
방에서 뭘 정할 때도 이렇게 하거든. 뭐 할까 하고 열어두면 아무 말도 안 나와.
두 개 놓고 고르라고 하면 바로 정해진다니까. 십 분 걸릴 게 삼십 초로 끝나.
열린 질문이 배려 같은데 제일 안 도와주는 거였더라.
그리고 정하는 애가 늘 같으면 가끔 내가 대신 정한다니까. 그 애도 고르기만 하는 날이 있어야 되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뭘 정하는 것도 잘 못하거든. 나도 아무 데나 좋다고 하던 쪽이었어.
근데 그 말이 상대한테 일을 다 넘기는 거였더라. 좋으라고 한 말인데 반대인 거잖아.
지금은 아무 데나 좋다는 말 대신 두 개를 던진다니까. 그거 하나 바꾸는 게 별거 아닌데 꽤 다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