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 끝날 때 먼저 끊는 사람이 매번 같더라. 나는 이걸 한참 뒤에 알았거든.
친구 몇 명이랑 통화를 세봤는데 진짜 정해져 있다니까.
먼저 안 끊는 쪽에 표시가 있더라. 끊기 전에 어, 하고 한 번 더 소리를 내.
할 말이 남아서가 아니야. 상대가 끊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잖아.
그 어, 하는 소리가 나는 좀 신경 쓰였다니까.
칼손 저는 절대 먼저 못 끊어요.
칼손한테 왜 못 끊냐고 물어봤거든. 대답이 좀 그랬어.
먼저 끊으면 상대가 서운할까 봐 그런대. 아직 할 말이 있었으면 어떡하냐는 거야.
그러니까 매번 상대 쪽을 살피고 있는 거라니까. 통화 끝날 때마다 그러는 거잖아.
한 번은 아무것도 아니거든. 근데 이게 매번이면 좀 다르더라.
늘 기다리는 쪽은 늘 상대를 살피고 있는 거고, 먼저 끊는 쪽은 그걸 모르잖아. 나도 몰랐고.
걷는 속도랑 똑같은 거라니까. 한쪽만 계속 맞추면 그쪽이 지치는 거야.
돌부처 동시에 끊으면 되지.
지금은 내가 먼저 끊으려고 하거든. 칼손이랑 통화할 때는 일부러 그래.
그러면 그 애가 기다릴 일이 없잖아.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통화 끝나는 게 훨씬 짧아졌어.
한번은 칼손이 그러더라. 요새 통화가 편해졌다고. 이유는 모르겠다고 하면서.
방에서도 똑같은 게 있거든. 나갈 때 늘 마지막까지 남는 애.
그것도 먼저 못 끊는 거랑 같은 거라니까. 그 애가 먼저 가게 만들어주면 되는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이런 걸 하나씩 세고 다니거든. 세는 게 내가 하는 유일한 거니까.
근데 먼저 못 끊는 쪽이 늘 같으면 그건 한 번 봐야 되더라. 그 사이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거잖아.
기울어 있는 걸 알면 반대로 한 번씩 해주면 되는 거라니까. 그건 어렵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