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를 먼저 접는 사람이 정해져 있거든. 나는 이것도 세보게 됐어.
그만하자는 말을 하는 게 아니야. 슬쩍 다른 얘기로 넘기는 거고.
잘 보니까 접는 애가 접기 전에 상대 얼굴을 한 번 봐. 그러고 나서 넘기는 거잖아.
그러니까 지겨워서 접는 게 아니었어. 상대가 지겨워하는 걸 보고 접는 거고.
남 표정 보는 게 습관인 애가 접는 쪽인 거라니까.
칼손 저는 못 접어요.
못 접는 쪽은 얘기가 늘어져도 계속 듣고 있더라. 끝내는 게 자기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고.
전화 먼저 못 끊는 거랑 같은 거잖아. 끝내면 자기가 끝낸 사람이 되니까.
그래서 늘어진 얘기를 끝까지 듣는 애가 매번 같은 애인 거라니까.
이거 세보다가 알았는데, 화제를 접는 게 방에서 감싸주는 방식이랑 같은 거더라.
누가 곤란해지면 딴 얘기를 꺼낸다고 내가 썼잖아. 그게 접는 거고.
그러니까 접는 애가 방에서도 감싸주는 애인 거고. 세보니까 진짜 같은 애였고.
돌부처 같은 애지.
지금은 내가 접는 걸 좀 늘렸거든. 그 애한테만 맡겨두면 지치니까.
늘어진다 싶으면 내가 먼저 다른 얘기를 꺼내. 부장이 하면 아무도 안 이상해하잖아.
시계 먼저 보는 애 대신 내가 끝내는 거랑 같은 거고. 그건 내가 지기 좋은 거라니까.
근데 내가 접는 건 서툴러서 티가 나거든. 그 애가 접는 건 아무도 못 알아채고.
그것도 배우는 거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얘기를 접는 게 성의 없는 건 줄 알았거든. 그게 내 버릇이고.
근데 접는 쪽이 제일 상대를 보고 있는 거였어. 반대로 알았던 거고.
그래서 접어주는 애한테 고맙다고 한 번 했다니까. 그 애가 좀 놀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