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뭐가 틀어지면 먼저 사과하는 쪽이 늘 같거든. 이것도 정해져 있더라.
나는 처음에 그 애가 착해서 그런 줄 알았다니까. 마음이 넓은 애구나 했어.
한번 잘 봤는데 그 애가 사과하기 전에 방을 두 바퀴쯤 서성이더라. 그러고 나서 가.
착해서 하는 거면 그렇게 오래 안 걸리잖아. 뭔가 다른 게 있는 거였어.
그래서 물어봤거든. 왜 늘 먼저 하냐고.
칼손 어색한 게 더 싫어서요.
대답이 저거였어.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어색한 걸 못 견뎌서 하는 거래.
그러니까 사과가 아니라 그 상황을 끝내는 버튼인 거잖아. 나는 그 말 듣고 좀 마음이 그랬어.
그 애는 매번 잘못 안 한 것도 사과하고 있었던 거라니까.
이게 한 번은 괜찮은데 계속되면 이상해지더라. 그 애가 늘 잘못한 사람이 되잖아.
방에서도 그렇게 굳어가고 있었어. 뭐가 틀어지면 다들 그 애를 보는 거야.
아무도 그렇게 정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된 거라니까. 나는 그게 좀 무서웠어.
돌부처 안 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지.
지금은 뭐가 틀어지면 내가 먼저 한마디 하거든. 잘잘못은 안 따지고 그냥 아까 좀 그랬다고.
그러면 그 애가 안 나서도 되잖아. 그 자리를 내가 먼저 채워버리는 거라니까.
몇 번 하니까 그 애도 좀 덜 서성이더라.
그리고 그 애가 진짜로 잘못한 날에는 내가 안 나선다니까. 그때는 그 애 몫이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좋은 것도 잘 구분 못 하거든. 착한 줄만 알았잖아.
근데 늘 같은 쪽이 먼저 하면 그건 착한 게 아니라 무서운 거더라. 어색한 게 무서운 거잖아.
무서워서 하는 걸 착한 걸로 두면 그 애가 계속 그러는 거라니까. 그래서 내가 끼어드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