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생일 선물로 머플러를 줬어요. 선명한 주황색이었지요.
저는 거의 검정이나 회색만 입거든요. 그런데 포장을 풀자마자 너무 예쁘다고 말했네요. 친구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보면서요.
생각할 틈도 없었어요.
친구가 기대하는 얼굴로 보고 있었으니까요. 그 얼굴 앞에서 내 취향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요. 좋다는 말이 거의 반사처럼 나왔어요.
문제는 그 뒤였어요.
머플러는 옷장 안에서 몇 주를 그대로 걸려 있었지요. 볼 때마다 조금 미안했어요.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선물을 안 쓰고 있다는 것도요. 작은 거짓말인데 생각보다 오래 무겁더라고요.
상대를 위해 한 거짓말은, 대개 하는 사람이 그 무게를 혼자 든다.
한참 그 머플러를 보다가 생각했어요.
제가 예쁘다고 한 건 정말 거짓말이었을까요. 색은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 친구가 저를 생각하며 그걸 골랐다는 건 정말 좋았거든요. 저 사람한테 이 색이 어울리겠다 하고 상상했을 시간이요. 제 좋다는 말은 아마 그 시간에 대한 대답이었겠지요.
엄마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웃으셨어요.
엄마 서랍에도 그런 선물이 여럿 있대요. 자식들이 사 온 것 중에 안 맞는 것들이요. 그래도 받을 때마다 좋다고 하셨다네요. 좋은 건 물건이 아니라 사 온 마음이었으니까 거짓말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요즘은 그 친구를 만나는 날에만 머플러를 꺼내 둘러요.
친구가 볼 때마다 잘 어울린다고 하지요. 거울을 보면 여전히 제 색은 아니에요. 그래도 그날만큼은 그 색이 싫지 않네요. 친구의 마음을 두르고 나가는 기분이라서요.
선의의 거짓말이 늘 괜찮은 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그 말이 상대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왔다면, 너무 오래 무겁게 들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좋다는 말이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향한 거였다면 그건 꽤 진심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