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사진 찍을 때 애들이 서는 자리가 있거든. 아무도 안 정해줬는데 매번 비슷해.
찍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뒷줄 끝으로 가는 애가 늘 같은 애더라. 그거 몇 번 보고 나서 나는 세기 시작했다니까.
처음엔 뒤로 가는 애가 소극적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야.
방에서 제일 시끄러운 애가 사진만 찍으면 뒷줄로 가더라. 앞에 서는 애가 오히려 평소에 조용한 애고.
성격이랑 반대인 경우가 꽤 많다니까.
불나방 저는 사진이 그냥 싫어요.
몇 번 더 보니까 알겠더라. 성격이 아니라 그날 상태가 정하는 거였어.
잘 안 풀린 주에는 다들 뒤로 가거든. 앞줄이 비어서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 날도 있다니까.
반대로 방 분위기가 좋은 날은 앞줄부터 찬다. 이게 진짜 정확하더라.
돌부처 뒤가 편하지.
한번은 내가 자리를 정해준 적 있거든. 골고루 서라고.
그 사진이 제일 어색하게 나왔다니까. 다들 표정이 이상해.
그 뒤로는 안 정해준다. 알아서 서게 두는 게 훨씬 낫더라.
지금은 사진 찍자는 말을 아무 때나 안 꺼내거든. 방 공기를 보고 꺼내.
앞줄이 안 찰 것 같은 날은 아예 안 찍는다니까. 억지로 찍어봤자 나중에 아무도 안 보는 사진이 되잖아.
대신 좋은 날에는 무조건 찍는다. 그런 날 사진은 애들이 알아서 저장하더라.
아예 안 찍겠다고 빠지는 애도 있거든. 예전에는 끌어다 세웠는데 지금은 안 그래.
빠진 애는 사진 찍는 동안 딴 걸 하고 있더라. 그것도 그 애 방식인 거잖아.
억지로 넣은 사진은 그 애가 나중에 안 본다니까. 안 볼 사진을 만들 이유가 없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성격도 잘 못 맞히거든. 근데 그날 기분은 사진 보면 알겠더라.
뒷줄이 꽉 찬 사진을 보면 그 주에 뭐가 있었구나 하는 거라니까. 나는 그거 세면서 방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