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는데 폰을 꺼내는 순간이 사람마다 다르더라. 나는 이걸 세보기 시작했거든.
몇 주 세봤는데 꽤 갈리더라니까.
제일 많은 게 자기 얘기가 끝난 직후에 꺼내는 애야. 말하고 나서 바로.
이건 좀 이해가 되더라. 자기 차례가 끝났으니까 쉬는 거잖아.
근데 그게 반복되면 다음 사람이 말할 때 아무도 안 듣는 게 되는 거라니까.
불나방 저 그거 진짜 많이 해요.
두 번째는 남 얘기가 길어질 때 꺼내는 애야. 이건 좀 티가 나.
말하던 애가 그걸 보면 말을 줄이거든.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짧아져.
그러니까 폰 하나가 그 자리 얘기를 끊는 거잖아. 꺼낸 사람은 모르고.
세 번째가 좀 다른데, 남들 다 떠들 때 꺼내는 애야. 자기가 안 껴도 되는 순간을 고르는 거지.
이 애들은 그래도 낫더라. 자리를 안 깨려고 타이밍을 고르는 거니까.
근데 이것도 자주 하면 그 애가 그 자리에 없는 게 되는 거라니까.
돌부처 안 꺼내면 되지.
방에서 이 얘기를 하고 나서 하나를 정했거든. 누가 자기 얘기 하는 동안에는 안 꺼내기로.
그거 하나만 지켜도 방 공기가 확 달라지더라. 말하는 애가 말을 안 줄여.
다른 때는 꺼내도 된다니까. 딱 그 순간만 안 꺼내는 거야.
그리고 아무도 안 꺼내는 날이 가끔 있거든. 그런 날은 방이 늦게까지 안 끝나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남한테 뭘 하라 말라 못 하거든. 나도 폰 많이 보고.
근데 꺼내는 순간이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빠지는 순간이라는 건 알겠더라. 그건 보이잖아.
한 명이 빠지면 그 자리가 한 명분 작아지는 거라니까. 그거 세는 게 내가 하는 일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