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자판기 앞에서 동전이 모자랐대. 불나방이 오백 원을 빌려줬대.
불나방은 잊어버렸어.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애니까.
근데 돌부처는 일주일 동안 그 오백 원 생각만 했대.
돌부처 언제 갚지.
돌부처한테 물어봤어. 그냥 오백 원 주면 되지 않냐고.
돌부처가 그러더라. 그냥 주면 좀 이상하대. 불나방은 기억도 못 할 텐데 갑자기 동전 내밀면 어색할 것 같대.
그리고 안 갚으면 계속 마음에 걸리고. 그래서 일주일 동안 타이밍만 재고 있었대.
작은 돈인데 돌부처한테는 큰 고민이었던 거야.
생각해보면 돌부처는 남한테 폐 끼치는 걸 제일 싫어하는 애잖아. 계주 때도 그랬고.
그러니까 오백 원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거야. 빚진 게 있으면 마음이 불편한 거라니까.
우리 방 애들 다 그런 거 있잖아. 돈 얘기가 무겁고 조심스러운 거.
칼손 나도 빌리면 잠이 안 와.
일주일 뒤에 돌부처가 동아리방에 들어오면서 뭘 하나 들고 왔어.
버터 쿠키였어. 불나방 신상 메모장에서 유일하게 별 다섯 개였던 거.
그걸 불나방 책상에 말없이 올려놨어.
불나방이 보더니 놀랐어.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어떻게 알았냐고.
돌부처가 짧게 말했어.
돌부처 오백 원.
불나방이 한참 생각하더니 그제야 기억났대. 자판기.
그리고 엄청 웃었어. 오백 원 갚으려고 쿠키를 사 왔냐고. 쿠키가 더 비싸지 않냐고.
돌부처가 고개를 끄덕였어. 근데 이게 더 좋을 것 같았대.
생각해보면 돌부처는 오백 원을 갚은 게 아니라 고마움을 갚은 거야.
동전으로 주면 그냥 빚 정리지만, 쿠키로 주면 마음이 전해지잖아. 불나방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는 것까지.
작은 빚을 갚는 방법이 꼭 같은 걸로일 필요는 없는 거라니까. 너도 친구한테 빌린 게 마음에 걸리면 그 친구가 좋아하는 걸로 갚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