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른 반 애가 칼손한테 물렸다고 놀린 적 있잖아. 칼손이 웃으면서 우유팩을 찌그러뜨렸던 날.
그날 장난은 상처였어. 칼손이 하나도 안 웃겼으니까.
근데 우리 방에서도 가끔 칼손한테 장난을 치거든. 그건 괜찮아. 칼손도 웃어.
뭐가 다른 건지 궁금했어.
불나방한테 물어봤어. 너는 칼손한테 장난칠 때 어떻게 정하냐고.
불나방이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칼손이 먼저 웃을 때만 친대.
칼손이 먼저 자기 얘기로 농담을 꺼내면 그때 받아친대. 칼손이 안 웃으면 절대 안 친대.
불나방 칼손이 먼저 웃어야 나도 웃을 수 있어.
그 얘기 듣고 지켜봤는데 진짜 그렇더라.
하루는 칼손이 들어오면서 그랬어. 오늘 나 계좌 보다가 우유 쏟았어. 내 인생 같아.
그건 칼손이 먼저 꺼낸 농담이었어. 그러자 불나방이 바로 받아쳤어. 우유는 닦으면 되잖아, 계좌도 언젠가 닦이겠지.
칼손이 크게 웃었어. 다들 같이 웃었어. 그건 위로였어.
근데 다른 날은 칼손이 조용히 들어왔어. 아무 말 없이 소파 구석에.
그날 불나방은 장난을 하나도 안 쳤어. 평소에 그렇게 장난 많이 치는 애가.
그냥 과자만 밀어주고 옆에 앉았어. 칼손이 먼저 말할 때까지.
그게 차이였던 거야. 상대가 먼저 웃을 준비가 됐는지.
칼손 불나방은 내가 언제 웃을 수 있는지 알아.
생각해보면 같은 장난이라도 타이밍이 다르면 완전 다른 거잖아.
상대가 먼저 웃으면 장난은 같이 짐을 덜어주는 거고, 상대가 안 웃는데 치면 짐을 더 얹는 거고.
그러니까 장난은 내가 웃기고 싶을 때가 아니라 상대가 웃을 수 있을 때 하는 거라니까.
돌부처 나는 장난 안 쳐서 안전해.
너도 힘든 친구한테 장난쳐도 되나 고민되면 먼저 그 친구가 웃는지 봐. 먼저 웃으면 따라 웃고, 안 웃으면 그냥 옆에 앉아.
그게 제일 안전하다니까. 동아리방에선 불나방이 그걸 제일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