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자꾸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있었네요. 자기는 별거 아니라고, 잘 못한다고요.
아니라고 해드렸더니 한 번 더 낮추시더라고요.
아니라고 하면 부정하는 게 되고, 가만히 있으면 동의하는 게 됩니다.
둘 다 이상해요. 그래서 애매하게 웃게 되는걸요. 그 자리가 몇 번 반복되면 저도 말수가 줄어듭니다.
자기를 낮추는 말은 대꾸를 요구하지만, 어떤 대꾸도 잘 맞지 않는다.
처음엔 칭찬을 듣고 싶어서 그러나 했어요.
그런데 칭찬을 해드리면 더 물러나시더라고요. 그러니 받으려고 하는 말이 아닌 겁니다. 미리 낮춰두면 나중에 실망시킬 일이 없으니까 그러시는 쪽에 가깝겠지요.
돌아보면 저도 그럽니다.
뭘 하기 전에 잘 못한다고 먼저 말해둬요. 기대를 낮춰두면 결과가 어떻든 덜 부끄러우니까요. 그게 겸손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꾸를 안 하고 다른 걸 묻습니다.
그 말에 아니라고 하는 대신 그 일을 어떻게 하셨냐고 묻는 식으로요. 그러면 그 사람이 설명을 하게 되고, 설명하는 동안에는 낮추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칭찬을 해야 할 때는 크게 말 안 합니다.
잘한다는 말보다 어디가 좋았는지를 짚어요. 큰 칭찬은 부담이라 물러나게 되는데 작은 대목은 받으시더라고요.
한 사람은 몇 년 보다 보니 그 말이 줄었어요.
제가 뭘 한 건 아니고 그냥 자주 보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낮추는 말은 아직 편하지 않은 자리에서 더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편해지면 안 해도 되는 거고요.
그러니 그 말을 들으면 아직 이 자리가 그 사람한테 편하지 않다는 신호로 읽어도 되겠지요.
낮추는 말에는 대꾸보다 다른 얘기가 나을 때가 있는걸요.
받아주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 사람이 말할 자리를 만드는 쪽이고요. 오늘 그런 말을 들으셨다면, 아니라고 하는 대신 하나만 물어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