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이 언제부턴가 뻣뻣해졌습니다. 물을 잘 안 먹고 얼굴에 닿으면 까끌거려요.
그런데 새 수건이 장 안에 있는데도 안 꺼내고 있더라고요.
없어서 못 쓰는 게 아니었어요.
꺼내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안 합니다. 헌 걸 다 쓰고 나서 새 걸 꺼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있는 거지요. 아직 쓸 수 있는데 바꾸면 버리는 것 같고요.
아직 쓸 수 있다는 말은 종종 바꾸지 않을 이유로만 쓰인다.
고장 난 거면 그때 바꾸면 됩니다.
수건은 그런 날이 없어요. 조금씩 나빠지니까 언제가 그 시점인지가 안 잡힙니다. 그래서 계속 미뤄지는 거고요. 딱 망가지는 물건이 오히려 바꾸기 쉬운 셈이군요.
이상한 건 매일 쓰는 물건이라는 겁니다.
하루에 몇 번씩 손이 가는데도 못 바꿉니다. 오히려 가끔 쓰는 건 상태가 눈에 띄어서 바꾸게 되고요. 매일 보는 건 나빠지는 게 안 보이는 모양이네요.
며칠 전에 새 걸 한 장만 꺼내 걸었어요.
전부 바꾸려니 아까운데 한 장이면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그 한 장을 쓰고 나니까 헌 게 얼마나 뻣뻣했는지가 확실해졌습니다. 비교가 되니까 그제야 알게 된 거지요.
버리기 아까운 건 다른 쓸모로 넘겼습니다.
바닥 닦는 데 쓰거나 해서요. 버리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손이 좀 쉽게 가더라고요.
이런 건 대개 남의 집에 가서 알게 되더라고요.
거기서 수건을 쓰고 나면 우리 집 게 어땠는지가 확 옵니다. 집에서는 매일 쓰니까 기준이 없어지는 거고요. 비교할 게 있어야 상태가 보이는 셈이군요.
그래서 새 걸 한 장 걸어두는 게 그 비교를 집 안에 만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바꿀 때를 놓쳤다고 못 바꾸는 건 아닌걸요.
오늘 한 장만 꺼내도 되고요. 매일 쓰는 걸 한 번 바꾸면 그날 하루가 조금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