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한다는 말을 들었네요. 좋은 말인데 듣고 나니 허전하더라고요.
같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한테는 괜찮냐고 여러 번 묻고 있었고요.
믿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동안 잘 해왔다는 인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고맙다고 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그 말이 계속 남았어요.
걱정받지 않는 사람은 편한 사람이 아니라,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돌아보면 제가 만든 자리이기도 합니다.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고 도와달라고도 안 하니까요. 그러니 밖에서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겠지요. 안 보이게 해놓고 안 봐준다고 서운해하는 셈이군요.
그렇다고 걱정을 많이 받으면 편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물어보면 대답을 만들어야 하고, 그 자리도 피곤하니까요. 안 물어보면 서운하고 물어보면 불편하고요. 저도 제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번은 아니어도 한 번은 물어봐 줬으면 하는 것 같아요.
받고 안 받고가 아니라 물어봐 주는 자리가 하나는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그 한 번이 있으면 나머지는 안 물어도 괜찮고요.
기다리는 대신 요즘은 짧게 던져둡니다.
요새 좀 힘들다고 한마디만 해두는 거지요.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물어봐 주더라고요. 안 물어봐서가 아니라 제가 아무 말도 안 해서였던 겁니다.
반대쪽도 있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사람한테는 저도 안 물어봅니다. 알아서 잘한다고 넘기고요. 그 사람도 그 자리에서 저처럼 허전했을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요즘은 제일 괜찮아 보이는 사람한테 한 번은 물어보려고 하네요.
걱정을 안 받는 건 잘 지내 보여서겠지만 그게 늘 맞는 건 아닌걸요.
보이는 것과 실제가 다를 때가 있고요. 오늘 알아서 잘한다는 말이 허전하셨다면, 한마디만 먼저 놓아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