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제 얘기가 안 좋게 오갔네요.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사람이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잔만 들었다 놨다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저를 나쁘게 말한 건 아니에요.
가만히 있었을 뿐이지요. 그런데 그게 더 크게 오는걸요. 말한 사람보다 말 안 한 사람이 더 오래 남는 게 좀 이상하고요.
침묵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수만큼의 무게로 남는다.
며칠 지나서 그 자리를 다시 떠올려 봤어요.
그 사람이 나서려면 그 자리 전체를 상대해야 했겠지요.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저라도 그 자리에서 못 했을 수도 있고요.
실제로 저도 그런 자리에 앉아 있던 적이 있어요.
누구 얘기가 오가는데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나서면 분위기가 굳을 것 같아서요. 그때 그 사람은 나중에 그 얘기를 들었을 테고, 지금 제가 느끼는 걸 느꼈겠지요.
그날 이후로 제가 바란 건 하나였네요.
그 자리에서는 못 했어도 나중에 둘이 있을 때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하는 거요. 그때 아무 말 못 해서 미안하다고요. 그거면 서늘함이 꽤 풀렸겠지요.
그래서 제 쪽에서는 그걸 하기로 했어요.
그 자리에서 못 나섰으면 나중에라도 따로 말해두는 거고요. 늦은 편들기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고요. 실제로 해보니 그 사람이 꽤 고마워하더라고요.
그 사람한테 그날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어요.
꺼내면 탓하는 게 되니까요. 다만 그 뒤로 그 사람한테 중요한 얘기는 덜 하게 됐고요. 그게 제 쪽 대답인 셈이겠지요.
그 자리에서 못 한 말을 나중에라도 해주면 남는 게 달라지는걸요.
늦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요. 오늘 누가 아무 말 안 해서 서늘하셨다면, 그 사람도 그날 어려웠을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