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결과를 말하고 나서 휴대폰을 뒤집어 엎어놓더라고요. 그러고 한참 아무 말이 없었어요.
저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고를 말이 없더라고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이 다 이상했어요.
다음이 있다는 말은 지금을 없던 걸로 만드는 것 같고, 고생했다는 말은 이미 끝난 얘기 같고요. 잘될 거라는 말은 근거도 없고요. 뭘 말해도 그 애 자리에 안 맞는 겁니다.
위로가 어려운 것은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맞는 크기의 말이 없기 때문이다.
왜 안 됐을 것 같냐고 물으려다 말았어요.
그건 지금 할 얘기가 아니지요. 나중에 본인이 정리하고 싶어지면 그때 할 말이고요. 결과가 나온 날에 원인부터 따지면 그건 두 번 겪게 하는 겁니다.
결국 제가 한 건 밥을 시킨 거였네요.
먹자고도 안 하고 그냥 시켜서 상에 놓았는걸요. 한참 있다가 동생이 조금 먹더라고요. 그날 제가 한 건 그게 다입니다.
엄마는 그날 아무 말도 안 하시고 계속 뭘 하셨어요.
빨래를 개시고 설거지를 하시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도 방법이었네요. 집이 평소처럼 굴러가는 걸 보여주신 거지요. 무슨 큰일이 난 게 아니라는 걸 말 대신 보여주신 셈입니다.
그날은 아무 말 안 하고 며칠 뒤에 짧게 말했어요.
그때 말 안 해서 미안하다고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어요.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아무 말 안 해줘서 좋았다고요.
이런 자리가 또 올 걸 아니까 미리 정해뒀어요.
먼저 밥이나 물 같은 걸 놓고, 아무것도 안 묻고, 같은 방에 있는 것까지가 그날 할 일입니다. 말은 며칠 뒤에 하고요. 순서를 정해두니까 다음번에는 덜 허둥대겠지요.
말을 못 고르겠으면 그냥 옆에 있어도 되는 것 같아요.
같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닌 게 되니까요. 오늘 누가 떨어진 소식을 들고 왔다면, 말을 고르시느라 자리를 뜨지만 않으시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