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던 선배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어요. 가는 내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병실에 들어가니 준비한 말이 하나도 안 나오더라고요. 결국 창가 의자에 앉아 둘이 같이 창밖만 한참 봤네요.
가는 길에 여러 말을 떠올려봤어요.
괜찮아질 거라는 말은 제가 알 수 없는 일이라 조심스러웠고요. 힘내라는 말은 이미 누워서 버티는 사람한테 짐이 될 것 같았지요. 뭘 골라도 제 입에서 나오면 가볍게 들릴 것 같더라고요.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말도 병실에서는 달라지네요.
상대가 약해져 있다는 걸 아니까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지는 거겠지요. 혹시 서운하게 들릴까, 걱정을 더 얹을까 싶어서요. 그렇게 고르다 보면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게 되고요.
아픈 사람 곁에서는, 말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먼저 전해진다.
한참 창밖을 보다가 선배가 먼저 말했어요.
저기 주차장에 우산이 다 까맣다고요. 저도 내려다보니 정말 까만 우산만 오가고 있더라고요. 그 얘기로 한참 웃었어요. 병 얘기는 거의 안 했는데 그게 오히려 편했던 것 같아요.
그날 알게 된 게 있어요.
병문안에서 제가 뭔가 좋은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는 그냥 평소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네요. 아픈 사람도 하루 종일 아픈 얘기만 하고 싶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그 뒤로는 제가 말하기보다 선배가 꺼내는 얘기를 따라가기로 했어요.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작은 손수건을 하나 사 갔어요.
선배가 그걸 펴보더니 병원 담요가 까끌해서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대단한 게 아니어도 누군가 자기를 생각하며 골랐다는 게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말보다 그런 게 먼저 닿기도 하는군요.
병문안에서 말이 막히는 건 그만큼 마음을 쓰고 있다는 뜻 같아요.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 말이나 쉽게 하겠지요. 그러니 좋은 말을 못 골랐다고 자책하지 않으셔도 돼요. 옆에 앉아 같이 창밖을 보는 것도 충분한 인사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