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몇 달째 안 나오던 친구가 있었거든. 나는 그냥 바쁜가 보다 했어.
엄마가 그 친구 요새 안 보인다고 물으신 적도 있는데 그때도 바쁜가 보다고만 했다니까.
가끔 연락하면 답은 오니까 별일 없는 줄 알았다니까.
근데 어느 날 방에서 그 애 얘기가 나왔는데 다들 아는 눈치더라. 나만 처음 듣는 거였어.
집에 일이 있어서 계좌 관련된 걸 좀 도와드리고 있었대. 몇 달째 그러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 얘기를 하면서 애들이 나를 한 번씩 쳐다보더라. 부장이 모르고 있었으니까.
칼손 저는 두 달 전에 들었는데요.
나는 처음에 좀 서운했거든. 왜 나한테는 말을 안 했나 싶었어.
근데 물어보니까 아무한테도 먼저 말한 적이 없대. 다들 물어봐서 알게 된 거였더라.
칼손은 물어봤고 나는 안 물어본 거잖아. 안 들려준 게 아니라 안 물어본 거였어.
내가 그동안 뭘 했나 세봤거든. 연락은 했더라. 잘 지내냐고 몇 번 보냈어.
근데 그건 물어본 게 아니더라니까. 잘 지내냐는 건 잘 지낸다는 대답을 받으려고 하는 말이잖아.
그 애도 잘 지낸다고 답했고. 둘 다 아무것도 안 한 거라니까.
돌부처 그건 인사지 질문이 아니지.
칼손이 뭐라고 물었냐고 해봤거든. 요새 뭐 하고 지내냐고 물었대.
잘 지내냐랑 뭐 하고 지내냐가 그렇게 다른 거였더라. 앞엣건 예 아니오로 끝나고 뒤엣건 안 끝나잖아.
나는 몇 달을 예 아니오만 주고받고 있었던 거라니까.
그리고 그 애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거든. 물어보고 나서 두 주쯤 뒤에.
물어본 게 부른 게 된 거잖아. 그건 나도 몰랐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챙기는 것도 서툴거든. 연락한 걸로 챙긴 줄 알았잖아.
근데 연락이랑 물어보는 건 다른 거였어. 그거 몇 달 걸려서 알았다니까.
지금은 잘 지내냐는 말을 안 쓴다. 뭐 하고 지내냐로 바꿨어. 그거 하나 바꾸는 데 몇 달이 든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