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언니 결혼식이 있었거든. 엄마 따라 갔어.
식 끝나고 피로연 테이블에 앉았는데 친척 어른들 테이블이었어. 큰고모, 작은삼촌, 이모부.
축사 할 때는 다들 웃으면서 박수 치셨어. 언니 예쁘다고, 잘 살 거라고.
근데 축사 끝나고 음식 나오자마자 화제가 바뀌더라.
작은삼촌이 먼저 꺼내셨어. 요새 장 분위기 어떠냐고.
그 한 마디에 테이블 전체가 그 얘기로 넘어갔어. 다들 기다리셨던 것처럼.
방금까지 결혼식 얘기 하시던 분들이 맞나 싶었어.
불나방 어른들도 우리랑 똑같네. 결국 그 얘기로 가.
다들 그 얘기 하시는데 큰고모만 아무 말도 안 하셨어.
대신 테이블 가운데 꽃장식에서 꽃잎을 하나씩 떼서 냅킨 위에 모으셨어.
천천히. 하나, 둘, 셋. 얘기가 길어질수록 꽃잎이 쌓였어.
나는 그 손을 계속 봤어. 큰고모도 할 얘기가 있으신데 안 하시는 거구나 싶었어.
얘기가 좀 길어지니까 엄마가 갑자기 그러셨어. 근데 오늘 언니 드레스 진짜 예쁘지 않았냐고.
다들 잠깐 멈칫하시더니 다시 결혼식 얘기로 돌아왔어. 큰고모도 그때 처음 웃으시면서 대화에 끼셨어.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봤어. 왜 갑자기 말을 돌리셨냐고.
엄마가 그러셨어. 큰고모가 요새 그 일로 많이 힘드시대. 오늘 같은 날까지 그 얘기 듣게 하기 싫었대.
돌부처 꽃잎이 신호였구나.
생각해보면 결혼식은 기쁜 날이잖아. 근데 다들 그 기쁜 자리에도 각자 걱정을 들고 오신 거야.
작은삼촌은 그걸 말로 꺼내셨고, 큰고모는 꽃잎으로 꺼내셨고.
엄마는 그걸 알아채고 대화를 돌리신 거고. 나는 그게 제일 멋있었어.
식이 끝나고 큰고모가 냅킨 위 꽃잎을 작은 봉지에 담으시더라. 가져가신대.
왜 가져가시냐고 여쭤봤더니 그러셨어. 오늘 기분 좋은 날이니까 기념으로.
그 꽃잎 중 몇 개는 얘기 듣기 힘드실 때 떼신 걸 텐데. 그래도 큰고모는 그걸 좋은 날 기념으로 가져가셨어. 너도 친척 모임에서 누가 말없이 뭘 만지작거리면 화제 한번 돌려봐. 엄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