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쓰는 법을 다룬 책 두 권을 빌리시던 손님이 계셨습니다. 책 사이에 사진 한 장을 끼우시더군요. 오래전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요. 다음 달 그 친구 결혼식에서 축사를 맡았다고 하셨습니다.
가을이 되면 그런 손님이 부쩍 늘어나죠.
손님들 말로는 이맘때 주말마다 결혼식이 몰린다고들 합니다. 뉴스에서도 가을이 결혼식 성수기라는 이야기가 해마다 나오죠.
그래서 대출대에서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축사 쓰는 법 책 있어요?" "인사말이나 건배사 모음 같은 거요." "짧게 말 잘하는 법 책이요."
축사를 맡은 친구, 혼주 인사를 하게 된 부모님, 사회를 보게 된 동료. 맡은 자리는 달라도 고민은 비슷하더군요.
사진을 끼운 손님. 친구와 이십 년 지기인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막힌다고 하시더군요. 혼주 인사를 맡은 아버님. 평생 남 앞에서 말해 본 적이 없다며, 큰글자로 된 책을 찾으셨습니다. 사회를 보게 된 회사 동료. 웃기면서도 실수 없이 하고 싶다고요. 건배사 책을 두 권이나 빌려 가셨죠.
도서관에서는 대개 화법이나 스피치, 처세 쪽 서가에 모여 있습니다. 앞서 도서관 상세검색 쓰는 순서를 적었는데, "축사", "인사말", "스피치" 같은 말로 찾으면 금방 나오죠.
다만 손님들께 이것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책은 틀과 길이를 잡는 데 쓰시고, 문장은 직접 쓰시라고요. 모음집의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듣는 사람이 금방 압니다.
남의 문장으로 축하하는 자는 예의를 지키고, 제 기억으로 축하하는 자는 마음을 전한다.
두 주 뒤 그 손님이 책을 반납하셨습니다. 책에서 배운 건 딱 하나였다고요. 짧게, 그리고 하나의 장면으로. 그래서 그 사진 속 날 이야기 하나만 하기로 했다고 하시더군요.
좋은 축사는 책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책은 그 말을 꺼낼 틀을 빌려줄 수 있죠. 저는 누군가의 소중한 날에 꺼낼 말이 제자리를 찾도록, 그 틀이 꽂힌 서가를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