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남으셔서 대출 신청서의 이름 칸을 여러 번 연습해 쓰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본인 이름으로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합니다.
글을 늦게 배우시는 분들을 위한 교실이 여기서 열립니다. 지자체나 평생학습 쪽에서 맡고, 자리를 도서관이 내주는 경우가 많죠.
손님들 얘기와 뉴스에서 들리는 걸 합치면 이용자가 꾸준하다고 합니다. 배우실 기회가 없었던 세대가 아직 계시고,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들도 오시고요.
앞서 스마트폰 교실 얘기를 적었는데 이유가 겹칩니다.
값을 안 받습니다. 그리고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자리죠. 무엇보다 여기는 배우러 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곳입니다. 학교에 다시 가기는 어려워도 도서관은 문턱이 낮거든요.
그리고 배운 걸 그 자리에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이게 큽니다.
수업만 있으면 금방 잊힙니다. 그런데 여기는 다릅니다.
수업이 끝나면 서가가 있고, 신청서가 있고, 이름을 적어야 하는 칸이 있죠. 연습이 아니라 진짜로 쓰는 자리가 옆에 붙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신청서를 대신 써드리지 않는 것이요. 시간이 걸려도 기다립니다. 대신 써드리면 그 자리가 없어지니까요.
한 가지는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누가 그 수업을 듣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앞서 무엇을 읽는지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적었는데, 여기서도 같은 원칙이 붙습니다. 오히려 더 세게요. 배우러 오신 게 드러나는 걸 불편해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수업 자리를 안쪽에 두거나, 시간을 한산한 때로 잡는 관이 많습니다.
어떤 책을 드리느냐고 물으시면, 저는 글자가 큰 얇은 책부터 드립니다. 앞서 큰글자책 얘기에서 적은 그 자료들이요.
그림책을 찾으시는 분도 계십니다. 앞서 어른이 그림책을 읽는 얘기를 적었는데, 여기서는 이유가 또 다르죠. 글이 적어서가 아니라 처음 읽는 책이라서입니다.
늦게 시작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진도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어도 된다는 확인이다.
지금도 오십니다. 이제 신청서를 금방 쓰시고요.
몇 살에 시작하셔도 됩니다. 여기는 원래 그 자리부터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