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데 상대가 아니라고 하네요. 저는 분명히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어요.
둘 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걸요. 그런데 얘기가 안 맞더라고요.
그 자리를 떠올려보니 이상한 게 있었어요.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그날 창밖이 흐렸다는 것과 제가 좀 불편했다는 느낌입니다. 오간 말은 흐릿해요. 그러니까 저는 장면을 기억하고 그 위에 말을 얹은 셈이군요.
기억은 녹음이 아니라 그림이다. 우리는 남은 색을 보고 나머지를 다시 그린다.
그쪽은 반대네요.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한데 그날 분위기는 기억을 못 하더라고요. 각자 자기한테 중요했던 쪽이 남은 겁니다. 남은 게 다르니 이어 붙인 이야기도 다를 수밖에요.
한동안은 제가 맞다는 걸 확인받고 싶었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붙잡고 있으면 대화가 재판이 되더라고요. 서로 증거를 대다가 정작 지금 얘기하려던 건 못 하고 끝납니다. 이긴다고 뭐가 좋아지지도 않고요.
다만 한 가지는 잘 안 틀리는 것 같아요.
그날 제가 불편했다는 느낌은 남습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했든 제가 그때 그렇게 느낀 건 사실이니까요. 사실 관계는 어긋나도 감정은 각자 자기 것인걸요.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그때 제가 좀 힘들었다고요.
같은 이유로 상대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그 사람 것이겠지요.
그 사람은 그날 아무렇지 않았을 수 있어요. 그것도 거짓말이 아니겠지요. 두 개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기억이 어긋나면 그 시간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둘이 다르게 기억한다는 건 둘 다 거기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없던 일이면 어긋날 것도 없는걸요. 저는 요즘 그 정도로 두고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