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은 평소에 말이 짧은 편이거든. 근데 월요일만 되면 말이 많아져.
이유를 알아보니까 주말 아침마다 혼자 조조 영화를 보고 온대.
영화 얘기를 할 때 걔 얼굴이 딴 사람 같더라. 손짓도 크고 목소리도 커지고.
칼손 이번 거 진짜 좋았다니까. 끝에 그 장면.
불나방이 물었어. 왜 혼자 보냐고, 같이 가자고.
칼손이 그러더라. 혼자 봐야 영화만 볼 수 있대.
같이 보면 옆 사람이 재밌어하는지 신경 쓰인대. 웃을 때 같이 웃어야 하나, 지루해 보이면 어쩌나.
그러니까 두 시간 동안 영화 반, 옆 사람 반을 보게 된다는 거야. 그게 피곤하대.
불나방 난 옆 사람 반응 보는 게 재밌는데.
한번은 칼손 필통을 빌렸는데 뒤쪽 주머니에 영화표가 잔뜩 있더라.
버리지 않고 날짜 순서대로 모아둔 거래. 몇 달치야.
그거 보고 좀 놀랐어. 칼손은 늘 먼저 정리하고 버리는 애잖아. 근데 이건 안 버리는 거라니까.
걔한테 그 시간이 꽤 소중했던 거지.
생각해보면 칼손은 이 방에서 제일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애거든. 다들 흔들릴 때 제일 먼저 흔들리고.
그러니까 일주일에 두 시간은 아무 눈치도 안 봐도 되는 데가 필요했던 거야.
혼자 충전하고 와서 월요일에 말이 많아지는 거고. 그건 외로운 게 아니라 채우고 온 거더라.
돌부처 나도 혼자가 좋아.
그 뒤로 우리는 칼손한테 영화 같이 가자는 말을 안 하기로 했어.
대신 월요일엔 영화 얘기 들어주는 거로. 무슨 영화 봤냐, 어땠냐.
칼손이 그 질문 받을 때 제일 좋아하더라. 혼자 본 걸 누가 궁금해해 주는 거잖아.
너도 혼자 뭐 하는 게 편하면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 채우고 오는 거라니까.
그리고 돌아와서 얘기하고 싶으면 동아리방 와. 월요일에도 안 닫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