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졌어요. 지하철역을 나오는데 손끝이 시리더라고요.
역 앞 자판기 앞에서 멈췄어요. 따뜻한 음료 칸에 캔커피가 있었지요.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니 덜컹 소리와 함께 캔이 떨어졌네요.
캔을 꺼내니 손바닥이 뜨거웠어요.
바로 따지 않고 양손으로 감싸 쥐었지요. 언 손가락이 조금씩 풀리는 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쥐고 회사까지 걸었어요. 커피를 마시려고 산 건데 손 녹이는 데 다 쓴 셈이었네요.
회사 건물 앞에 도착해서야 캔을 땄어요.
그런데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지요. 처음엔 좀 아쉬웠어요. 따뜻할 때 마셨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고요. 그래도 생각해보니 그 캔은 할 일을 다 한 거였어요. 걷는 내내 제 손을 녹여줬으니까 그걸로 충분했지요.
마시기 전에 손부터 녹여준 따뜻함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한 따뜻함이다.
그 뒤로 아침마다 자판기 앞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게 보였어요.
다들 쌀쌀해지니 따뜻한 걸 찾는 거겠지요. 정장 입은 아저씨, 교복 입은 학생, 배달 기사님까지요. 다들 캔 하나씩 손에 쥐고 각자 방향으로 흩어졌어요. 같은 온기를 나눠 가진 사람들 같았네요.
어릴 때 아버지랑 겨울 등산을 간 적이 있어요.
산 입구 자판기에서 아버지가 따뜻한 캔 두 개를 뽑아주셨지요. 저한테는 코코아를 주셨어요. 그 캔을 쥐고 손을 녹이던 기억이 아직 나요. 아버지 손도 빨갛게 얼어 있었고요.
따뜻한 캔이 손에 쥐어지는 계절이 왔어요.
자판기의 빨간 불이 켜진 칸이 늘어나면 겨울이 가까워진 거겠지요. 그 작은 캔 하나가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손으로 알려주더라고요.
마시기 전에 손부터 녹여주는 따뜻함도 충분히 제 몫을 한 거예요.
쌀쌀한 아침엔 작은 캔 하나 손에 쥐고 걸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