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혼자인 게 편해요. 혼자 밥 먹고, 혼자 창가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좋지요.
그런데 어젯밤은 달랐어요. 소파에 기대 앉아 있다가 쿠션 하나를 끌어안았네요. 그 쿠션이 조금도 따뜻하지 않아서 오히려 누군가가 더 그리워졌어요.
이런 마음은 예고 없이 와요.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그냥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씻고 앉았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문득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했어요. 어깨를 빌려줄 사람이요.
저는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실제로 대부분은 괜찮지요. 전구도 혼자 갈고, 아플 때 죽도 혼자 끓여 먹어요. 그런데 괜찮다는 것과 기대고 싶지 않다는 건 다른 거였어요. 그걸 그날 밤 처음 알았네요.
혼자 괜찮은 사람에게도, 누군가의 어깨가 그리운 밤은 찾아온다.
쿠션을 끌어안고 한참 있었어요.
부드럽긴 했지만 온기가 없었지요. 사람의 어깨는 따뜻하잖아요. 숨도 쉬고요. 쿠션은 아무리 끌어안아도 그런 게 없었어요. 그 차이가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어요.
휴대폰을 들었다 놓았다 했어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망설여졌지요. 갑자기 연락하면 무슨 일 있냐고 걱정할 것 같았고요. 그러다 동생에게 짧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자? 동생이 바로 전화를 걸어왔네요.
별 얘기는 안 했어요.
동생이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한참 떠들었지요. 저는 듣기만 했고요. 그런데 그 목소리를 듣는 동안 쿠션이 조금 따뜻해진 것 같았어요. 이십 분쯤 통화하고 끊었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쇼펜하우어는 서로의 괴로움을 아는 사람끼리 덜 외롭게 해준다고 했대요.
동생은 제 마음을 다 몰랐을 거예요. 그래도 목소리를 들려준 것만으로 충분했지요. 기댄다는 게 꼭 많은 걸 바라는 일은 아니었군요.
기대고 싶은 마음은 약해서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생기는 거겠지요.
그런 밤엔 누군가에게 짧게라도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해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