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면 동네 시장에 가요. 딱히 살 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골목을 한 바퀴 천천히 돌고 오지요. 그러다 손에 귤 한 봉지나 두부 한 모가 들려 있기도 하네요.
시장에 가는 건 소리 때문인 것 같아요.
떨이요, 하고 외치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칼이 도마에 닿는 소리가 뒤섞여 있지요. 혼자 사는 집은 늘 조용한데 거기 가면 사람 사는 소리가 가득해요. 그 소리 속을 걷다 보면 저도 그 일부가 된 것 같더라고요.
지난주에는 생선 가게 앞에서 잠깐 멈췄어요.
아주머니가 손님이 없는 틈에 좌판 옆 작은 라디오를 귀에 대고 계셨지요. 노래를 따라 작게 흥얼거리고 계셨어요. 제가 지나가는 걸 보시고는 멋쩍게 웃으셨고요. 그 웃음이 하루 종일 생각났네요.
북적이는 골목에도 저마다 잠깐씩 쉬어가는 틈이 있다.
시장에서는 계절이 먼저 보여요.
요즘은 햇밤과 대추가 좌판에 쌓여 있지요. 조금 지나면 귤이 나오고, 겨울엔 김장 배추가 산처럼 쌓이겠지요. 달력보다 시장 좌판이 계절을 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 같네요.
시장에서는 흥정을 잘 못해요.
그래도 단골이 된 채소 가게 할머니는 늘 뭔가를 하나 더 얹어주시지요. 혼자 먹기엔 많다고 해도 금방 먹는다며 봉지에 넣어주세요. 그 손을 보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그날도 결국 귤 한 봉지를 들고 나왔어요.
집에 와서 창가에 앉아 하나를 까먹었지요. 시장 소리가 아직 귀에 남아 있었고요. 혼자인 주말이었는데 조금 덜 조용하게 느껴졌네요.
살 것 없이 걷는 시장 골목이 이상하게 힘이 되더라고요.
사람 사는 소리 속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혼자인 하루도 견딜 만해져요. 주말에 한 번쯤 그런 골목을 걸어보셔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