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랑 학원 갈 때 같이 가는데 칼손은 버스를 안 타. 두 정거장 거리라서.
걸으면 십오 분 걸려. 버스 타면 오 분이고.
처음엔 운동하려고 걷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니래. 버스비 아끼려고 걷는 거래.
칼손 두 정거장이면 걸을 만하잖아.
칼손 필통 안에 작은 동전 지갑이 있더라. 고양이 모양.
걸어서 간 날은 버스비만큼 동전을 거기 넣는대. 실제로 아낀 만큼.
지갑이 꽤 무거웠어. 몇 주 동안 넣은 거래.
그 동전으로 뭐 할 거냐고 물었더니 아직 모르겠대. 그냥 모으는 게 좋대.
칼손한테 물어봤어. 왜 그렇게 버스비를 아끼냐고. 큰돈도 아닌데.
칼손이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큰돈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되잖아. 근데 버스비는 자기가 정할 수 있대.
걸을지 탈지. 그거 하나는 자기 손에 있는 거래.
그리고 동전이 하나씩 쌓이는 게 보이니까 좋대. 뭔가가 늘어나는 걸 직접 보는 게.
불나방 나는 무조건 버스 타. 다리 아파.
그 말 듣고 좀 알 것 같았어.
칼손은 요새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잖아. 계좌도 그렇고 기분도 그렇고.
근데 걷는 건 자기가 정할 수 있어. 동전 넣는 것도 자기가 하는 거고. 그게 칼손한테 손에 쥐는 거였던 거라니까.
징크스 얘기할 때도 그랬잖아. 내가 지킬 수 있는 거 하나가 있으면 덜 불안하다고.
그날부터 나도 칼손이랑 같이 걸어. 두 정거장.
걷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해. 버스에선 못 하는 얘기. 창밖 대신 서로 얼굴 보면서.
칼손이 그러더라. 같이 걸으니까 십오 분이 금방이래.
돌부처 나도 걸을래. 동전 지갑 하나 줘.
돌부처도 시작했대. 돌부처 동전 지갑은 개구리 모양이야.
너도 작은 걸 아끼고 있으면 그건 쩨쩨한 게 아니야. 내 손으로 정할 수 있는 걸 하나 쥐고 있는 거거든.
동전 하나씩 쌓이는 거 보면 좀 괜찮아진다니까. 동아리방엔 동전 지갑이 세 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