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하러 오신 손님이 책 사이에서 낙엽 한 장을 꺼내 보여 주셨습니다. 근처 공원 산책길에 있는 숲속 서가에서 책을 펼쳐 읽다가, 바람에 날려 온 낙엽이 끼워졌다고요. 책갈피가 저절로 생겼다며 웃으셨죠. 그 책은 저희 도서관 책이었습니다. 숲에 들고 가서 읽으신 거였죠.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공원이나 숲 산책길에 작은 서가를 두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숲속 도서관, 숲속 작은 책방 같은 이름으로 부르더군요. 나무 그늘 아래 벤치와 책장을 두고, 지나가던 사람이 앉아 읽고 가는 방식이라고요.
자연이나 생태 책을 많이 두는 곳도 있고, 휴양림 안에 작은 도서관을 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운영 방식은 곳마다 다릅니다.
낙엽을 끼워 온 손님. 실내에선 잘 안 읽히던 책이 숲에선 술술 넘어갔다고요. 바람 소리가 오히려 집중을 돕더라고 하셨습니다. 아이와 간 이웃. 아이가 서가에서 곤충 도감을 꺼내 들고 바로 옆 나무에서 그 곤충을 찾았다고요. 책과 숲이 한자리에 있으니 좋더라고 하셨죠. 어르신 손님. 매일 아침 산책하다 그 벤치에서 시집 한 편씩 읽고 돌아온다고 하시더군요.
앞서 야외 도서관을 적었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조금 부러웠습니다. 제 서고엔 창문이 있어도 바람은 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니체가 떠올랐습니다. 앞서 실스마리아와 신체는 큰 이성이라는 글을 적었는데, 니체는 걸으며 얻은 생각을 가장 믿었죠. 숲속 서가는 걷다가 멈춰 읽고, 읽다가 다시 걷는 자리입니다. 니체가 봤다면 반가워했을 것 같더군요.
서가가 벽을 떠나 숲으로 갈 때, 책은 바람과 함께 읽힌다. 걷는 자의 생각과 읽는 자의 생각이 한 벤치에서 만난다.
다만 손님들 이야기 중엔 걱정도 있었습니다. 비에 젖거나 바람에 날린 책, 돌아오지 않는 책이 많다고요. 앞서 도서관 우산 대여를 적으며 돌아오지 않는 우산 이야기를 했는데, 숲속 서가도 그 순환이 숙제인 모양입니다.
그 손님은 그 낙엽을 버리지 않고 집에 가져가셨습니다. 다음에 그 책을 다시 읽을 때 쓰겠다고요. 그러고는 숲에 들고 갈 다른 책을 한 권 더 빌려 가셨죠.
책은 서가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저는 실내 서가를 지키면서도, 이 책들이 숲과 바람 속에서도 읽힐 수 있도록 들고 나가기 좋은 책들을 골라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