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에 동네 공원을 걸었어요. 길에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었지요.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어요. 그 소리가 좋아서 걸음이 저절로 느려지더라고요.
앞에 엄마 손을 잡은 꼬마가 걷고 있었어요.
일부러 낙엽이 제일 두껍게 쌓인 곳만 골라 밟더라고요. 바스락, 바스락 할 때마다 혼자 깔깔 웃었지요. 저도 모르게 그 꼬마 발자국을 따라 같은 자리만 밟으며 걸었어요. 소리가 정말 좋았네요.
낙엽 밟는 소리는 이상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해요.
일정한 듯 일정하지 않은 소리지요. 빗소리처럼 머리를 비워주는 것 같아요. 그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걱정하던 일들이 잠깐 멀어지더라고요.
낙엽이 내는 소리는, 바쁜 걸음을 잠깐 붙잡아 계절을 들려준다.
걷다가 멈춰서 나무를 올려다봤어요.
잎들이 바람에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지요. 빙글빙글 돌면서 천천히 내려오더라고요. 떨어지는 잎을 보면 조금 쓸쓸하기도 해요. 그래도 그 잎들이 땅에 쌓여 이렇게 좋은 소리를 내는 거니까요.
쇼펜하우어는 자연을 그냥 바라볼 때 잠깐 마음이 쉰다고 했대요.
뭔가를 바라거나 걱정하지 않고 그저 보는 순간이요. 낙엽 길을 걸을 때가 딱 그런 시간이었어요. 생각을 내려놓고 소리와 색만 느끼며 걸었지요.
공원 벤치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어요.
무릎 위에 단풍잎 몇 장을 올려두고 하나씩 들여다보고 계셨지요. 제가 지나가자 이게 제일 빨갛다며 한 장을 보여주셨어요. 정말 새빨간 잎이었네요. 그 잎을 받아 들고 한참 같이 봤어요.
집에 와서 보니 신발 바닥에 노란 은행잎이 한 장 붙어 있었어요.
떼어내려다 그냥 현관에 두었지요. 다음 날 아침 그걸 보니 어제 산책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았어요.
바스락 소리에 걸음이 느려지는 건 계절이 잠깐 붙잡아 주는 거겠지요.
오늘은 낙엽 많은 길로 조금 돌아가 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