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방이 어두웠네요. 깨자마자 시계보다 창밖을 먼저 봤네요.
몇 시인지보다 지금이 언제인지가 더 급했어요.
깨는 순간에 몇 초가 비어 있는걸요.
여기가 어디인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가 안 잡혀요. 밤에 잘 때는 이런 게 없는데 낮잠은 그렇더라고요. 시작한 자리와 깬 자리의 밝기가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낮잠은 하루를 둘로 자른다. 깨어난 사람은 그 두 조각을 다시 붙여야 한다.
정신이 들면 그다음에 오는 게 막막함이에요.
오후를 통째로 날린 것 같고, 남은 시간에 뭘 할 수 있을까 싶고요. 실제로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그냥 밝을 때 자고 어두울 때 깼다는 게 마음을 그렇게 만드네요.
깨고 나면 저녁이 이상하게 흐릅니다.
밥을 먹어야 하는지 그냥 넘겨야 하는지도 애매하고요. 밤에 잠이 안 올 걸 알면서도 커피를 마시게 되기도 합니다. 하루의 순서가 한 번 어긋나면 그 뒤가 계속 어긋나는걸요.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네요.
그렇게 오래 잤다는 건 그만큼 필요했다는 뜻이겠지요. 안 피곤했으면 삼십 분쯤 자고 일어났을 겁니다. 몸이 가져간 거지 제가 게을러서 잃은 게 아닌걸요.
막막한 걸 줄이려고 순서를 하나 만들었어요.
창을 열고, 물을 마시고, 불을 켭니다. 그러고 나서 남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걸 하나만 정하고요. 다 하려고 하면 또 막막해지니까 하나만입니다.
길게 자면 그렇고 짧게 자면 또 다릅니다.
이십 분쯤 자고 일어나면 막막함이 거의 없어요. 밝을 때 깨니까 하루가 안 잘리는 거지요. 다만 그렇게 조절이 되는 날은 애초에 그렇게 피곤하지 않은 날이네요.
조절이 안 되는 날은 몸이 이미 정해놓은 겁니다.
그날 밤에는 잠이 좀 늦게 오겠지요.
그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요. 오늘 어두워진 방에서 깨서 막막하셨다면, 하루를 놓친 게 아니라 몸이 필요한 만큼 가져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