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저녁 먹기로 해서 엄마 회사 앞에서 기다렸거든. 처음 가보는 데였어.
여섯 시쯤 되니까 회사 문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어.
엄마는 아직 안 나오셨어. 나는 회사 앞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어.
아주머니 세 분이 같이 나오셨어. 엄마 동료분들 같았어. 같은 사원증을 목에 걸고 계셨어.
근데 신기한 게 있었어. 세 분이 회사 문 나서자마자 다 같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셨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동시에.
그리고 나서 한 분이 그러셨어. 아 오늘도 끝났다.
불나방 하늘 보는 거 나랑 똑같네.
벤치 옆을 지나가시면서 세 분이 얘기를 하셨어.
한 분이 요새 그거 어떠냐고 물으셨어. 다른 분이 말도 말라고 하셨어.
그리고 주식 얘기가 시작됐어. 숫자 얘기는 없었어. 점심 먹다가도 생각난다, 회의 중에도 폰 보고 싶다, 그런 얘기.
회사 안에서는 못 하셨던 얘기 같았어. 문 밖에 나오니까 나오는.
그때 엄마가 나오셨어. 아주머니들이 엄마를 보시더니 반가워하셨어.
엄마가 나를 소개하셨어. 우리 딸이라고. 아주머니들이 인사해주셨어.
한 분이 그러셨어. 딸이 주식 동아리 한다며? 엄마가 자랑 많이 하던데.
나는 좀 놀랐어. 엄마가 회사에서 내 얘기를 하셨구나.
그 아주머니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우리도 동아리 하나 만들까 봐.
회사에선 다들 괜찮은 척하는데 문 밖에 나와야 그 얘기를 한대. 그게 좀 답답하대.
엄마가 그러셨어. 그럼 회사 앞 벤치에서 오 분만 하고 가자고. 다들 웃으셨어.
칼손 어른들도 문 밖에서야 한숨 쉬는구나.
엄마랑 저녁 먹으면서 그 아주머니들 얘기를 했어.
엄마가 그러셨어. 다들 하루 종일 버티고 문 밖에 나와서야 숨 쉰다고. 하늘 한 번 보는 거, 그게 퇴근 인사래.
나는 그날 엄마 얼굴을 한참 봤어. 엄마도 오늘 문 밖에서 하늘 보셨을까. 다음엔 엄마 나오실 때 나도 같이 하늘 봐야겠다고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