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에 저녁 알바하는 애가 하나 있거든. 끝나면 밤 열 시쯤이야.
근데 걔는 끝나고 바로 집에 안 간대.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서 삼각김밥을 하나 먹고 간대.
배고파서가 아니래. 그냥 거기 앉아 있어야 집에 갈 수 있대.
불나방 그 시간에 집 가서 자면 되잖아.
한번은 내가 따라가 봤어. 걔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진짜 파라솔 의자에 앉더라. 그리고 삼각김밥 포장을 번호 순서대로 천천히 뜯었어. 하나, 둘, 셋.
평소엔 대충 뜯는 애거든. 그 시간에만 그렇게 천천히 하는 거야.
뭔가 하나를 제대로 끝내고 싶은 것 같더라.
걔한테 물어봤어. 끝나면 어떠냐고.
허무하대. 몇 시간 동안 웃고 계산하고 정리했는데 끝나면 아무것도 안 남은 것 같대.
그 말이 이상하게 안 들렸어. 하루 종일 남한테 맞춰 있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면 텅 비는 거잖아.
그 빈 데를 삼각김밥 하나로 채우고 가는 거야.
돌부처 나도 그 의자 알아.
듣다 보니까 동아리방이랑 비슷하더라. 애들이 하루 종일 화면 보다가 동아리방에 와서 한숨 돌리는 거.
바로 집에 가면 그 기분 그대로 들고 들어가잖아. 중간에 한 번 내려놓는 데가 필요한 거라니까.
걔한테는 그게 파라솔 의자고, 우리한테는 이 방인 거고.
그날 나도 옆에 앉아서 컵라면 하나 먹었어. 별말 안 했고.
다 먹고 걔가 일어나면서 그러더라. 오늘은 좀 덜 허무하다고.
나는 그게 컵라면 덕분인지 나 덕분인지 모르겠어. 둘 다일 수도 있긴 해.
너도 일 끝나고 허무하면 그건 네가 다 쏟고 왔다는 뜻이라니까. 이상한 거 아니거든.
바로 집에 못 가겠으면 잠깐 앉았다 가. 동아리방도 밤까지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