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퇴근하고 나오면 이미 해가 져 있어요. 추분이 지나면 밤이 낮보다 길어지고, 해 지는 시간이 하루하루 당겨지거든요. 그래서 이맘때 저녁이 괜히 가라앉는 분이 많아요.
여름엔 해 질 녘에 오시던 단골이 계세요. 창밖이 주황색일 때 들어와서 라떼를 드시곤 했어요.
요즘은 같은 시간에 오시는데 밖이 벌써 깜깜해요.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벌써 밤이네요" 하세요. 요 며칠은 그게 인사가 됐어요. 퇴근 시간은 그대로인데 그분 하루에서 저녁이 사라진 거예요.
제 생각엔 이래요.
여름엔 퇴근 후가 하루의 덤 같았는데, 가을엔 그 덤이 없어진 셈이에요. 서운한 게 당연해요.
저는 손님들께 이 정도를 권해드려요.
첫째, 점심에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세요.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점심밖에 없으니까요.
둘째, 퇴근길에 들를 곳 하나를 정해 두세요. 불 켜진 곳 하나가 있으면 깜깜한 길도 끝이 보여요. 카페 사장이 하는 말이라 좀 속 보이긴 하네요.
셋째, 집에 오면 따뜻한 조명부터 켜세요. 형광등 대신 노란 불 하나만 있어도 저녁이 저녁처럼 느껴져요.
저한테도 가을은 좀 다른 계절이에요. 해가 일찍 지면 가게 불이 창밖에서 더 잘 보여요. 그래서인지 이맘때 처음 들어오시는 손님이 늘어요.
깜깜한 길을 걷다가 불빛 보고 들어왔다고 하시는 분이 제법 계세요. 그 말을 들으면 불을 좀 더 오래 켜 두고 싶어지더라고요.
해가 짧아져도 저녁은 여전히 당신 거예요. 어두워졌다고 하루를 일찍 접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