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서점 북토크에서 들은 작가의 다른 책을 주문했어요. 동네 서점엔 재고가 없었지요.
주문하고 나니 사흘 뒤 도착이라고 떴어요. 그 사흘이 생각보다 길었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 택배 조회를 눌러봤어요.
첫날엔 상품 준비 중이었어요.
둘째 날엔 집하 완료라고 떴지요. 그 글자를 보고 괜히 기분이 좋았어요. 책이 어딘가에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버스에서도, 점심시간에도 조회 버튼을 눌렀어요. 상태가 바뀌었을 리 없는데도요.
셋째 날 아침, 배송 출발이 떴어요.
그날은 퇴근하자마자 집에 왔지요. 현관 쪽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어요. 엘리베이터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들었고요. 택배 기사님 발소리인가 싶어서요. 그렇게 저녁 내내 기다렸네요.
기다리는 사흘 동안, 그 책은 이미 마음속에서 몇 장씩 펼쳐지고 있었다.
결국 책은 제가 분리수거하러 나간 오 분 사이에 왔어요.
돌아오니 문 앞에 상자가 놓여 있었지요.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딱 그 오 분이었어요. 혼자 웃음이 났어요. 기다릴 땐 안 오고 잠깐 잊었을 때 오는 게 꼭 그런 것 같았네요.
창가에 앉아 상자를 열었어요.
포장지를 벗기니 새 책 냄새가 났지요. 표지를 한참 쓰다듬었어요. 북토크에서 들은 작가 목소리가 떠올랐고요. 첫 장을 펼치기 전에 잠깐 숨을 골랐어요. 사흘의 기다림이 그 순간에 다 모인 것 같았거든요.
요즘은 뭐든 금방 오지요.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오기도 해요. 그런데 이번엔 사흘이 걸려서 오히려 좋았어요. 그 사흘 동안 책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그렇겠지요. 바로 왔다면 이렇게 반갑진 않았을 것 같아요.
쇼펜하우어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오히려 마음이 더 즐겁다고 했대요.
택배 조회를 누르던 사흘이 딱 그랬던 것 같아요. 책을 받은 순간보다 기다리던 시간이 더 설렜으니까 그랬겠지요.
기다리는 사흘 동안 그 책은 이미 마음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기다리는 즐거움도 하나의 독서라고 생각해봐도 괜찮은걸요.